영화 ‘해어화’서 천재가수 연희役‘연기파 배우’ 부담 벗고 매력 발산

영화 ‘해어화’서 천재가수 연희役
‘연기파 배우’ 부담 벗고 매력 발산

출연하는 영화마다 ‘단벌신사’였던 배우 천우희가 고운 한복을 입었다. 양장도 입었다. 노래도 부르고 주제가의 작사도 도맡았다. “장기자랑 하는 것 같았어요.” 13일 개봉한 영화 ‘해어화’(감독 박흥식)는 “천우희에게 이런 모습도 있었다”고 한껏 펼쳐주는 영화 같다.

천우희는 일제강점기 조선인들에게 위안을 주는 노래 ‘조선의 마음’을 부른 천재 가수 연희로 분했다. 연희의 목소리는 기생학교 권번 동기이자 둘도 없는 친구인 소율(한효주)에게 열등감을 가져다준다. 균열이 난 이들 사이는 작곡가 윤우(유연석)의 마음이 소율에게서 연희로 옮겨가면서 파멸로 치닫는다. 

연기파 배우’ 천우희는 영화‘ 해어화’에서 아름다운 여배우의 자태를 마음껏 뽐냈다.

“촬영 들어가기 4개월 전부터 노래 연습을 했어요. 기본적인 발성 수업부터 받았죠. 영화에서 제 목소리 때문에 인물들의 관계가 변하기 시작하는데, 그래서 부담이 컸어요. 평소엔 노래를 흥얼거리는 정도지 남들 앞에서 부르는 건 쑥스러워요.”

노래 부르는 게 부끄럽다더니, 영화에 실린 천우희의 목소리는 가수의 소리였다. 게다가 천우희는 주제가 ‘조선의 마음’ 1절 가사를 직접 썼다. 그래서 더 애착이 컸던지 천우희는 영화에서 ‘조선의 마음’이 나오는 장면을 보다가 “울컥했다”고 했다. “제 작품을 볼 때 원래 객관적으로 보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왜 이렇게 감정이입이 되는지, 짠하더라고요.”

천우희가 예쁜 옷도 입고, 노래도 부르고, 작사도 하게 된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확실했다. “조금 더 관객에게 가까이 다가가 보자”는 것. 노래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선뜻 결정하긴 어려웠지만, 주변인들의 조언이 도움됐다. “기존의 역할보다 조금 밝은 모습, 새롭고 예쁜 모습, 여배우들이 기존에 많이 보여줬던 모습들”을 보여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다고 했다.

그의 ‘변신’을 가장 기뻐했던 것은 부모님이었다. “포스터 보시고 정말 좋아하시는 거에요. 예쁘게 나온다고. 그런데 ‘곡성’ 포스터를 보시고는 한숨을 쉬셨어요.(웃음)” 천우희는 나홍진 감독의 신작 ‘곡성’의 개봉도 앞두고 있다.

천우희는 또래 여배우들과 비교해 필모그래피의 무게감이 남다르다. ‘한공주’(2013)로 청룡영화상과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이후 ‘카트’(2014), ‘손님’(2015) 등에서 묵직한 연기를 이어나갔다. 그는 ‘연기파 배우’라는 수식어가 부담되기도 하지만, 어려운 캐릭터들이 자신에게 주어지는 상황이 오히려 자신감을 주기도 한다고 말한다.

영화 ‘신부수업’(2004)에서 단역으로 데뷔한 지 10년이 훌쩍 지났다. 매너리즘에 빠질 법도 한데, 천우희는 “매너리즘 보다는 연기적인 나르시시즘에 빠지지 않으려고 경계한다”고 말했다.

“‘이 정도면 만족해, 내 연기 좋아’라고 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만족하는 순간에 퇴보할 수 있고 성장이 멈출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제 스스로 저를 힘들게 하는 편이라서, 남들의 평가보다도 스스로에게 엄격해요. 객관적인 눈을 가지려고요.”

연기에 엄격한 천우희의 일상생활도 마찬가지일까. “생활은 되게 자유로워요.” 연기에 굉장히 큰 강박관념에 시달리는데 생활까지 제약이 따르면 못 견딜 것 같다고 했다. 균형감을 맞추기 위해서라고. “제가 원래 청개구리 기질이 좀 있답니다.(웃음)”

이세진 기자/jinlee@heraldcorp.com
사진=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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