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딱한 여름나기①] 金 지상주의 올림픽은 가라…영화 ‘독수리 에디’ 외 추천작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우리 선수가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거는 순간, 환호성이 터져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결승전에서 패한 선수에게 “아쉬운 은메달”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건 용납할 수 없다. 아직도 금메달 지상주의로 돌아가는 올림픽을 보며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에 분노하다, 안 그래도 뜨거운 날씨에 한껏 더 ‘열 받은’ 당신을 위한 추천작을 준비했다. 스포츠의 본질인 ‘도전정신’, 올림픽의 기본 정신인 ‘이기는 것보다 잘 싸우는 것’을 이야기한 영화 세 편이다.

▶“올림픽에만 나가면 돼”, ‘독수리 에디’(2016)= 어릴 때부터 올림픽 출전만을 꿈꾸던 에디(태런 에저튼). 집 뒷마당에서 멀리뛰기, 투포환, 체조 등등 온갖 종목을 따라해 보다가 수없이 안경을 깨뜨리고 긁히고 심지어 다리까지 부러질 만큼 올림픽의 꿈은 대단했다.


종목을 스키로 정해 영국 국가대표 선발전에 나갔지만 “너 같은 아마추어는 올림픽에 나갈 수 없어”라는 평가가 돌아온다. 이때 에디는 일침을 날린다. “올림픽은 아마추어들의 무대 아닌가요?”

어떻게든 올림픽에만 나가면 된다는 에디는 스키점프 선수가 되기로 결심한다. 무작정 스키를 들쳐메고 독일의 스키점프 연습장으로 향한다. 15m, 40m, 70m, 90m 점프대가 눈앞에 펼쳐진다. 의외로 쉽게 15m 점프를 성공한 에디는 겁도 없이 40m에 도전한다. 결과는, 심한 타박상이었다.

“죽고 싶지 않으면 90m는 쳐다도 보지 말라”는 사람이 나타난다. 왕년에는 천재 스키점프 선수였지만 지금은 청소부 신세인 브론슨(휴 잭맨)이다. 그의 정체를 알게 된 에디는 무작정 스승이 되어 달라고 매달린다. 처음엔 하나만 알려주고 그만두려 했던 브론슨도 에디의 열정에 빠져든다.

1988년 캘거리동계올림픽에 유일한 영국 스키점프 선수로 출전한 에디 에드워즈의 실화를 영화화했다. 경기에서 에디는 실격 처리되는 기록보다 아슬아슬하게 높은 점수로 ‘최하위’에 머무르지만, 넘어지지 않고 착지했다는 것만으로 뛸 듯이 기뻐한다.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90m 점프대 도전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성적보다 진심으로 올림픽을 즐기는 에디의 모습에 전세계 사람들은 ‘독수리 에디(Eddie the Eagle)’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에디는 1등을 한 선수보다 인기 스타가 됐다.

지난 3월 영화를 연출한 덱스터 플레쳐 감독과 태런 에저튼, 휴 잭맨이 내한했다. 2009년 한국영화 ‘국가대표’와 오버랩되는 부분이 많아서인지 국내 흥행 성적은 좋지 못했다. 누적 관객수 22만 명. 그러나 어수룩한 에디의 위대한 도전을 보는 매력이 남다르다. 설원에서 훈련하는 장면은 더위를 잠시 잊게 하기에도 충분하다.

▶“우리 아이에게는 장애가 있어요”, ‘말아톤’(2005)= 세상에서 달리기를 제일 좋아하는 자폐아의 마라톤 도전기를 그린 ‘말아톤’은 장애아 문제와 스포츠 정신을 그린 작품으로 호평받았다. 이후 ‘파파로티’나 ‘4등’ 등, 조금 부족한 제자와 결점 있는 스승의 우정과 도전기를 그린 영화들의 교본이 됐다. 


20살의 청년이지만 지능은 여전히 5살 수준에 머물고 있는 초원(조승우)는 초코파이와 달리기를 좋아한다. 초원의 엄마 경숙(김미숙)은 ‘아들의 마라톤 서브쓰리 달성’을 목표로 삼고 전직 유명 마라토너 정욱(이기영)에게 애원해 초원을 맡긴다. 불가능할 것 같던 도전은 계속되는 훈련과 초원의 지구력으로 점점 성공에 가까워진다.

2016 리우올림픽에는 ‘패럴림픽’(올림픽 직후 개최되는 장애인 올림픽) 선수가 한 명 출전했다. 이란 여자양궁 국가대표 자흐라 네마티(31)다. 올림픽과 패럴림픽의 경기 룰이 다르지 않은 유일한 종목이 양궁이라 출전이 가능했다. 패럴림픽 선수가 올림픽에 출전한 사례는 그가 유일하다. 네마티 선수는 5일(현지시간) 올림픽 개막식에서 이란 선수단의 기수로 맨 앞에서 입장하기도 했다. 아직도 여성의 권리가 제한적인 이란에서, 여성이자 장애인인 ‘소수자 중의 소수자’가 맨 앞에 서자 “이란의 점진적인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는 이야기를 이끌어냈다.

네마티 선수는 9일(현지시간) 열린 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 64강전에 휠체어를 타고 경기에 나섰다. 32강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스포츠의 도전정신이라는 감동을 자아내는 명장면이었다. 올림픽사에 길이 기억될 이 장면을 ‘말아톤’으로 다시 한 번 느껴보면 어떨까.

▶쾌속질주 봅슬레이, ‘쿨 러닝’(1993)= ‘말아톤’으로 펑펑 눈물을 흘렸다면, 다시 유쾌한 스포츠 영화로 돌아가보자. 자메이카 봅슬레이팀의 동계올림픽 도전을 코믹하게 그린 영화 ‘쿨 러닝’이다.

육상 100m 선수인 데리스 배녹(리온)은 1988 서울 올림픽 출전을 꿈꿨지만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하고 남다. 실망한 데리스는 우연히 단거리 선수가 동계올림픽 봅슬레이 종목에 강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단짝 친구 상카(더그 E. 더그)를 설득해 팀을 만든다. 왕년의 금메달리스트 아이브 블리처(존 캔디)를 찾아가 코치가 되어줄 것을 간청한다. 


이 지점에서 영화는 ‘독수리 에디’와 만난다. 1988 캘거리 동계올림픽에 출전하기 때문. 블리처의 어두운 과거, ‘뜨거운 태양의 나라’ 자메이카에서 왔다며 냉대하는 다른 나라 선수들의 시선을 뒤로하고 놀라운 기록을 세우며 메달 후보로까지 부상한다.

마지막 경기에서 이들은 썰매 작동 오류로 사고를 당하지만, 모두 일어나 썰매를 어깨에 메고 결승점을 통과해 관중들과 선수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국내에서는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봅슬레이 도전기가 그려지면서 다시 한 번 화제가 된 영화다. 한국 봅슬레이 국가대표 선수들도 비인기 종목의 열악한 환경에서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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