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국회 110일…기세등등했던 與小野大 찻잔속 태풍?

거야(巨野)는 찻잔 속 태풍에 그치나. 총선 이후 야권은 거야의 위력을 자신했고, 여권은 거야의 압박을 우려했다. 하지만 정작 총선 이후 거야는 대권 주도권 경쟁 등의 여파로 현안마다 분열됐고, 야3당이 정한 8대 과제 중 가시적인 성과를 낸 건 그나마 백남기씨 청문회가 유일하다. 개원 후 110여일이 지난 현재까지 여소야대는 명맥만 유지하는 형국이다.

지난 8월 야3당은 ▷검찰개혁 ▷사드 대책 ▷5ㆍ18 특별법 ▷세월호 ▷추경 전 서별관회의 청문회 ▷누리과정 ▷백남기씨 청문회 ▷어버이연합 청문회 등 8개 사항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여소야대 정국이 비로소 본 궤도에 오른다는 전망이 나왔고, 새누리당은 불안감이 역력했다.

당시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를 ‘야합’으로 규정하고 즉각 견제에 나섰다. 그는 “정치공세당, 발목잡기당으론 평생 야당밖에 못한다”고 비난했다.

이 같은 야권의 자신감과 여권의 불안감은 현재까지 비춰보면 모두 빗나갔다. 

사드 배치에선 더민주가 신중론을 내세우면서 야권이 갈라섰고, 추경 처리 과정에선 국민의당이 새누리당과 공조해 더민주를 압박하기도 했다. “더민주는 야권 정체성을 분명히 하라”, “국민의당은 회색지대에 남아 새누리당 편을 드는가”는 등 양당 간 날 선 설전도 오갔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이나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 활동기간 연장 누리과정 예산 편성 요구 등에선 야권이 공조하는 듯 했지만, 정작 현재까지 가시적인 진전을 보인 건 없다.

8대 합의사항 중 가시적인 성과를 낸 건 백남기씨 청문회가 유일하다. 이마저도 현직이 아닌 전직 경찰청장을 상대로 열린 청문회인 만큼 크게 주목받지 못한 채 끝났다. 결과적으로, 새누리당의 거야 공세 우려는 ‘기우’에 그친 셈이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권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야권 내에서도 조바심이 일고 있다. 더민주의 한 3선 의원은 “대선을 앞두고 현 지도부가 좀 더 강하게 여소야대를 이끌어야 한다. 이대로 흘러가면 대선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 건의안이 상징적인 의미가 큰 것도 이 때문이다. 무난하게 야권이 공조하리란 예상과 달리 막판 야권은 또 갈라섰다. 더민주는 건의안 자체가 법적 효력이 없더라도 여소야대를 보여주는 상징성이 크다는 입장이고, 국민의당은 민심 반발을 이유로 당론 채택이 무산됐다.

김상수 기자/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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