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수라’ 주지훈 “땀 뻘뻘흘리며 감독님 설득, 엔딩신 지켜냈죠”

피가 난무하는 ‘하드보일드’ 영화
비리경찰 정우성·악덕시장 황정민
그들 사이서 악에 물드는 경찰 역

악인 캐릭터부담, 형들만 믿고 연기
“관객과 오래호흡하는 배우됐으면”

‘남자 영화’라는 말이 많다. 의리, 충성, 욕망, 생존본능 등이 뒤섞여 지옥도를 그린다. 총, 도끼, 칼이 날아다니고 피가 난무하는 ‘하드보일드’ 영화다. 배우들도 온통 ‘남탕’이다. 형들 가운데서 순진한 막내였다가 서서히 악에 물들어 가는 ‘문선모’를 연기한 배우 주지훈(34)도 그 중 하나다. 그런데 그는 “여성 관객을 환영한다”고 이야기했다. 28일 개봉하는 ‘아수라’(감독 김성수)에 출연한 주지훈을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남자 영화라고) 그렇게 생각할 것 같아요. 그런데 여성분들도 많이 와주셨으면 좋겠어요. 빨간색 많이 좋아하시니까요. 저희 영화엔 ‘딥 레드’가 아주 많이 나오기 때문에…. (웃음) 그리고 선모라는 귀여운 캐릭터도 나오잖아요.”


‘아수라’ 속 비리 경찰 한도경(정우성)이나, 악덕 시장 박성배(황정민), 정의의 이름으로 더 나쁜 짓을 하는 검사 김차인(곽도원) 등은 처음부터 나쁜 놈들이다. 이 중에서 점차 소용돌이에 휘말려 서서히 악에 물드는 문선모는 가장 입체적이고 흥미로운 캐릭터다.

“선모는 감독님이 도경이의 다른 면을 표현한 캐릭터가 아닐까 생각했어요. 형사 선후배 사이여서 둘이 비슷하기도 하고, 한도경도 어린 시절이 있고 처음부터 나쁘지는 않았을 텐데 지금은 변해버린 것이니까요. 영화 속 악인들의 전사(前史)를 선모라는 캐릭터로 표현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요.”

촬영에 들어가기 전 캐릭터 변화에 대한 걱정이 앞섰지만 “형들을 잘 따라갔다”고 이야기했다. 최정상에 있는 배우인 정우성, 연기의 신 황정민, 강렬한 존재감을 내뿜는 곽도원과 정만식까지 대선배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면서 부담감은 내려놓고, “그냥 형들을 믿기로 했다”고 말했다.

“ 선모는 ‘리액션’이 많은 인물이에요. 어차피 상황은 계속 변해가고, 저를 대하는 다른 인물들의 태도도 바뀌죠. 제가 잘 받아들이면, 그 변화는 저절로 보이겠구나, 잘 쫓아가야겠구나 정도였어요. 형들 누구들 안 믿을 수 있겠어요?”

특히 둘이 붙는 장면이 많았던 정우성에 대해서는 “굉장히 좋은 포수를 만난 기분”이었다고 회상했다. “우리 형들은 다 받으니까…. 공을 던지면서 ‘아 이거 큰일 났는데’ 생각해도 툭툭 받아버리더라고요. 굉장한 신뢰죠.”

형들을 믿고 따라갔다고는 하지만 문선모의 엔딩은 욕심이 나는 신이었다고 했다. 가장 잘하고 싶었던 장면이었고, 하마터면 바뀔 뻔한 엔딩을 고집해 사수했다고 말했다. 

영화 ‘아수라’ 스틸컷

“무조건 ‘예스맨’이던 제가, 감독님께 진지하게 상의를 드렸어요. 사무실에 둘이 앉아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 이야기했죠. 극중 한도경이 다음 행동을 하게 되는 ‘트리거’를 만드려면 원래 (지금의) 엔딩이 더 나은 것 같다고요. 결국 사수했죠.”

모델 활동을 하다 2006년 드라마 ‘궁’(MBC)으로 연기자 생활을 시작한 지도 벌써 10년 째다. 그동안은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려왔다면 이제는 대중의 시선과 관객의 반응에 훨씬 더 신경을 쓰게 됐다고 했다.

“제가 갑자기 데뷔했잖아요. 연극영화과를 다닌 것도 아니고 그 전에는 내 캐릭터 하나, 이 시퀀스 하나 표현하는 것도 버겁고 힘들어서 여유가 없었어요. 그런데 결국 관객 보라고 만드는 거니까 그들을 생각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 걸 형들에게 많이 배우기도 했어요. 저는 형들이나 백윤식 박근형 선생님들은 안 그럴 줄 알았거든요. 그분들도 관객한테 어떻게 보일지 고민하시는 걸 보고 ‘아 저래야 하는구나’를 느꼈어요.”

선배라는 존재 자체가 그에게는 ‘리스펙트’의 대상이라고 이야기했다.

“관객과 오래 호흡할 수 있는 설득력을 가진 배우가 되고 싶어요. 연기가 너무 좋고 하고 싶은데 관객과 소통이 안 되면 할 수가 없잖아요. 결국은 살아남는 놈이 강한 거에요. (웃음)”

이세진 기자/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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