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게 찰칵 ①] 339명 몰카 찍었는데 벌금만 200만원?

-몰카범죄 기승 부리는데도 양형 기준 낮아

-“재범률 높은 범죄로 처벌수위 높일 필요”

-전문가 “사건별 양형별 편차 줄여야 할때”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1. 아침 출근길, A 씨는 서울지하철 2호선 강남역 일대를 배회했다. 그는 카메라를 들고다니며 여성들의 신체부위를 촬영했다. A 씨는 이날 총 46회에 걸쳐 339명 피해자들의 가슴과 다리 등 신체부위를 동영상으로 찍었다. 6개월 뒤인 2012년 6월 A 씨는 서울지하철 뚝섬역 인근에서 같은 방식으로 46명의 피해자들의 다리 등을 사진으로 찍었다. 서울중앙지법은 총 385명의 신체를 동의없이 촬영한 혐의(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로 재판에 넘겨진 A 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몰카범죄가 기승을 부리지만, 양형이 낮아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몰카 범죄 관련 이미지.]

#2. 지난 2014년 11월 밤 오모 씨는 창문으로 향했다. 그는 창문 앞에 서서 옆집 방향으로 휴대폰 카메라를 고정시켰다. 오 씨는 이같은 수법으로 옆집에 사는 여성 B씨의 나체를 총 16회 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법은 이같은 혐의로 기소된 오 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내렸다. “범행 전력이 없고, 반성하며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을 참작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최근 ‘몰래카메라’(몰카)를 이용한 성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몰카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가 낮아 재범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29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몰카 성범죄는 7623건으로 10년 전인 2006년(523건)에 비해 14.5배 뛰어올랐다. 전체 성범죄에서 몰카가 차지하는 비중도 2006년 3.6%에서 지난해 24.9%로 급증했다.

급증하는 몰카범죄에는 재범률이 큰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성변호사회(회장 이은경)가 서울 각급 법원에서 2011년 1월 1일부터 2016년 6월 30일까지 1심 선고된 몰카범죄 판결 1540건을 분석한 결과, 동일 인물이 2회 이상 범행한 경우는 53.83%로 절반을 넘었다. 이 중 5회 이상 범행을 저지른 경우는 31.23%(481건)에 달했다.

피해자 국선변호사로 활동하는 이수연 변호사는 “몰카범죄는 초범이라 할지라도 가해자의 핸드폰 등을 압수해 내용을 확인하면 피해자가 최대 수천명에 이르기도 한다”며 “실정법상으로 초범이라 할지라도, 사실상 재범률이 매우 높은 범죄다”고 했다.

이처럼 재범이 되풀이되는 데는 처벌 수위가 낮은 점도 영향을 미친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성변회에 따르면 서울 각급 법원에서 2011년부터 올해 6월30일까지 1심 선고된 판결 1541건 중 71.97%(1109건)에 대해 피고인에게 벌금형이 내려졌다. 이어 집행유예 14.67%(226건), 선고유예 7.46%(115건), 징역형 5.32%(82건) 등이선고됐다. 벌금형에 대해서는 ▷ 피해자와 합의 ▷형사처벌 전력없음 ▷자백 또는 반성 ▷촬영횟수 및 피해자 수 ▷피해정도 ▷기타 사정(사회적 유대관계ㆍ성실한 생활태도ㆍ재범방지 다짐ㆍ자수, 자발적 영상 삭제 등)이 고려돼 주로 300만원 이하 벌금형(79.97%)이 내려진 것으로 집계됐다.

몰카범죄 사건 피해자를 대리했던 국선변호사들은 “초범이면 당연히 벌금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지하철에서 무작위 촬영한 경우 불특정 피해자의 의사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형이 매우 낮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몰카범죄’에 대한 확실한 처벌을 강조했다.

김영미 변호사(여성변회 인권이사)는 “선고형량을 정함에 있어 확인된 피해자 뿐만 아니라 확인되지 않은 피해자의 피해감정을 반영해야 한다”며 “적어도 피해자 수가 많거나, 촬영기간이 상당한 기간에 걸쳐있거나 동종범죄 전력이 있는 경우에는 상습성이 있는 것으로 봐 높은 양형을 선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사단법인 한국성폭력상담소 최란 사무국장도 “정해진 양형과 양형 부담이 실제 처벌의 확실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현재 법현실의 변화를 어떻게 가능하게 할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전문가들은 ‘몰카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을 마련해 각 사건별 양형의 편차를 줄일 것을 주문했다.

윤휘영 경찰청 성폭력 대책과 계장은 “몰카범죄의 법정 형량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낮지 않지만 경찰 자체 설문조사 결과 시민 93.5%가 성폭력 처벌 형량이 가볍다고 응답했다”며 “몰카 성범죄의 경우 유사한 사안에서도 징역형, 300만원 벌금형 등 양형 편차가 큰 만큼 양형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영미 변호사도 “유사한 조건임에도 편차가 큰 형량이 선고되는 일이 없도록 피해자와 합의 유무, 형사처벌 전력 등 양형인자에 따라 선고형량에 편차를 두는 등 구체적 양형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ye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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