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파문 ④] 역대 최고 고민 떠안은 검찰 “어찌하오리까”

-檢, 대통령 대국민사과 후 숨고르며 사태 예의주시

-미르ㆍK스포츠 재단 수사 지지부진…불신 목소리

-수사 착수 20일만에 뒤늦은 첫 압수수색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청와대 문건 유출 의혹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이후 시선은 온통 검찰 수사에 쏠려 있다.

한 시민단체가 최순실 씨를 비롯해 문건 유출에 관련된 전원을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25일 대검찰청에 고발하면서 검찰은 또 하나의 대형 과제를 안게 됐다.

‘미르ㆍK스포츠재단’의 모금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도 같은 날 JTBC로부터 최 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태블릿 PC를 제출받고 분석 작업 중이다.

[사진설명=최순실 씨의 국정개입 의혹이 연일 제기되면서 검찰 수사가 주목을 받고 있다.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을 상대로 부담을 이겨내고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여기에 최 씨가 대통령 연설문 외에도 외교, 국방, 대통령의 해외 순방일정 등 보안이 요구되는 기밀문서를 사전에 전달받았다는 의혹이 추가로 보도되면서 검찰의 관련 수사를 압박하는 분위기는 점점 고조되고 있다.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이후 의견 표명을 자제하고 있는 검찰은 일단 태블릿 PC를 분석해 수사단서로 삼을 부분이 있으면 수사에 참고하겠다는 입장이다. 추가 고발 건에 대해서도 배당 여부를 검토 중이다.

하지만 검찰이 수사를 본격 시작도 하기 전에 불신의 목소리가 나온다.

검찰은 지난달 29일 최 씨와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재단 관계자들에 대한 고발장이 접수된 지 일주일이 지나서야 수사부서를 결정해 비판을 받았다. 수사부서도 특수부가 아닌 형사부로 배당하면서 수사의지도 의심받았다. 이번 ‘최순실 문건유출 사건’과 판박이로 거론되는 2014년 ‘정윤회 문건유출 사건’ 당시에는 특수부에 수사를 맡긴 바 있다.

청와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움직인다는 비난도 피할 수 없다. 이달 20일 박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엄정 처벌을 지시하자 검찰은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를 시작으로 재단 관계자와 전경련 임직원들을 연이어 소환하며 비로소 속도를 냈다. 수사 착수 후 2주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검찰은 청와대와 상관없이 자체 계획에 따라 가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올해 검찰은 청와대 관련 사건을 수사할 때마다 가이드라인 논란에 시달렸다. 어버이연합 관제데모 의혹과 우병우 민정수석 비위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청와대가 가이드라인을 제공해 수사를 사실상 방해했다는 비판이 나온 바 있다.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도 실시하지 않아 증거인멸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이같은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검찰은 26일 미르ㆍK스포츠재단과 전국경제인연합회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수사에 착수한 이후 20일 만이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두 재단의 배후 인물로 지목된 최 씨 자택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최 씨를 둘러싼 비선실세 의혹 수사는 이러한 오명을 씻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얘기가 나온다. 전직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최순실 사건은 권력 주변사람들이 이익을 누린 후진적 부정부패 사건”이라며 “이번 사건이야말로 검찰이 수사를 해야 하는 ‘국기문란 사건’이다. 제대로 수사를 해 쓰러진 신뢰를 바로 세울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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