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자본 수혈로 옛영광 부활 선언…日샤프, 글로벌 TV시장 복병될까

‘브라비아’, ‘아쿠오스’, ‘비에라’, ‘렉자’

한 때 전 세계 안방을 사로잡았던 일본의 대표적인 TV 브랜드다. 브라비아를 앞세운 소니, 아쿠오스의 샤프, 비에라의 파나소닉, 렉자의 도시바는 2000년대 초반까지만해도 절대 부동의 TV 시장 강자였다. 이들 기업이 포진한 일본은 당연히 세계 최대, 최고의 TV 공급기지였다.

하지만 일본 브랜드 TV가 차지했던 세계인의 안방은 이제 삼성과 LG의 로고가 대신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은 ‘가격’을 무기로 뒤쫓고 있다. 어정쩡한 품질과 비싼 가격의 일본 브랜드가 살아남기에 공간이 충분치 않다.

이에 샤프가 반기를 들고 나섰다. 한 때 TV 사업 자체를 접고 LCD 패널 생산에만 전념했던 샤프가 중국 자본의 수혈을 받고 다시 TV 시장에 도전한다. 당장 2018년에 TV 생산량을 1000만대까지 늘려 ‘아쿠오스’의 옛 영광을 되찾겠다는 각오다.

최근 일본 언론은 홍하이 산하로 편입된 샤프가 2018년까지 LCD 기반 TV 생산량을 올해의 두배인 1000만대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를 위해 최근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 중국 하이센스 등 그동안 LCD를 공급했던 주요 고객에게 단계적인 공급 축소 계획도 전달했다. 빠르면 내년 하반기부터는 샤프 LCD를 사용한 TV는 샤프에서만 팔게 된다.

이 같은 샤프의 ‘역주행’에는 대주주 홍하이의 야심이 숨어있다. 애플 아이폰 생산기지로 더 익숙한 폭스콘의 대주주이기도 한 홍하이는 자사 공장에서 TV 생산을 본격화하며, 여기에 지난해 인수한 샤프의 ‘아쿠오스’ 브랜드를 붙일 예정이다. 기다무라 가즈히로 샤프 디지털정보가전사업본부 부본부장은 최근 일본에서 열린 설명회에서 “브라운관에서 액정으로 전환하는 시장은 크다. 홍하이의 전 세계 네트워크를 활용해 비용을 줄여나가면 경쟁력이 있다”고 밝혔다.

샤프 아쿠오스 TV는 2000년대 중반까지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샤프의 전성기이던 2010년에는 1482만대까지 생산, 판매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샤프 브랜드를 단 TV 판매량은 580만대 수준에 머물렀다. 아쿠오스 브랜드를 단 샤프의 TV는 사실상 일본 내수용, 그리고 몇몇 동남아에서나 볼 수 있는 형편이다.

국내 TV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 업체들은 아직 브랜드 파워가 남아있지만 가격 경쟁력이 문제고, 중국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이 있지만 브랜드 파워에서 한계가 뚜렸하다”며 “샤프를 인수한 홍하이가 이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최근 샤프의 LCD 패널 중단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당장 다음 달 미국에서 열릴 CES가 그 출발점이 될 전망이다. 지난 9월 독일 IFA에서 전시했던 4K 디스플레이 및 8K 최신형 디스플레이를 활용한 TV 신제품이 샤프 전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라는 의미다. 실제 샤프는 최근 일본에서 45인치 4K LCD TV를 새로 선보였다. 그동안 샤프 아쿠오스 제품에서는 찾아볼 수 없엇던 크기다.

그러나 이 같은 샤프, 그리고 홍하이의 결정이 성공으로 이어질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세계 TV 시장이 LCD 화질 경쟁을 넘어 OLED나 QLED 같은 신소재, 신기술 경쟁으로 넘어가는 시점에 있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전체 TV 판매 대수는 조금씩 줄고 있는 가운데, 관건은 그 속에서도 수요가 늘고 있는 50인치 이상 대형, 그리고 OLED TV 같은 새 장르 시장에 달려있다”며 “샤프가 아쿠오스 브랜드 파워에 걸맞는 가격을 유지하며 이 시장에서 판매량을 늘릴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최정호 기자/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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