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성장동력 5년마다 리셋…시작만 있고 끝이 없다

이전 정부 지우기 정치논리만…
그간 들인 시간·노력 물거품
盧정부 전지사업 MB땐 실종
MB 마이스·관광 흔적도 없이…

대한민국 미래성장의 밑그림이 되는 ‘성장동력’이 정권이 바뀌는 5년마다, 더 심하게는 한두해를 넘기지 못하고 ‘리셋(Reset)’되는 악순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산업기술 트렌드 변화처럼 미래지향적인 ‘리셋’이 아니라, 단순히 ‘새 술은 새 부대’라는 정치논리에 따라 국가의 기본틀이 권력의 입맛대로 바뀌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서 이 같은 성장동력 발굴ㆍ육성체계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가장 큰 문제는 성장동력으로 선정된 분야가 정권이 바뀌면 찬밥신세로 전락한다는 점이다. 5년간 육성한 성장동력이 한 순간에 올스톱되며 그 동안 일궈낸 성과 역시 물거품이 되는 것이다.

2003년 노무현정부 출범 당시 ‘10대 차세대성장동력사업’으로 선정됐던 차세대전지사업은 이후 정부에선 자취를 감췄다. 이명박 정부의 ‘신성장동력’ 사업에 포함됐던 MICEㆍ관광 분야도 사정은 비슷하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이후 7차례나 바뀐 정권차원의 ‘성장동력’ 선정에서 MICEㆍ관광 분야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마이스 산업 발전방안’을 내놨지만, 과거 정권차원의 육성의지와는 차원이 다르다. ▶관련기사 6면

수시로 바뀌는 ‘성장동력’의 발굴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 이전 정권과 단절을 의미하듯 매번 원점에서 재발굴하려다 보니 연속성을 찾기 어렵다.

속은 같은데 포장만 다른 경우도 허다했다. 로봇, 자동차, 바이오 산업은 앞선 정부의 ‘성장동력’에 공통적으로 선정된 것들이지만 명칭이 바꼈고, 이 과정에서 이전 정부의 성과ㆍ개선방안 등에 대한 맥까지 끊어지면서 새출발에 따른 시간과 자원 낭비만 되풀이 해오고 있다.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 재임 기간이던 2009년 ‘미국혁신전략(SAI)’을 발표하면서 신성장동력의 틀이 확고히 했다. 그리고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트럼프 신정부 역시 미세조정을 거쳐 ‘미국혁신전략’의 맥을 이을 것이라는 전망이 대체적이다.

전문가들은 정권 초반에 성장동력이 한 차례 발굴된 후에는 최소한 그 정권 동안에는 지속적으로 추진되도록 그 선정 주기를 장기적으로 고정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성장동력 관련 조직과 절차, 선정 주기, 재선정 방식 등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도 보완돼야 한다도 조언했다.

권성훈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은 “5년마다 재선정 시기가 오더라도 기존에 선정된 성장동력을 전면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추진 성과, 향후 전망, 정부 개입의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일부 성장동력만 변경해 나가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유재훈 기자/igiza7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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