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고 맛있게 한끼”…지금은 간편식 시대

제과등 식품업계 전반적 정체상태 
올 간편식 3조 예상, 나홀로 성장
편리함·맛·경제성으로 부상
업계도 레시피 개발 공력 집중

“사먹는게 싸”, “맛도 내가 한 것보다 더 낫더라”, “언제 요리해? 집에서 한끼 먹기도 힘든데”….

기자의 유부녀 친구들이 입을 모아 말했다. 야심차게 고른 신혼 식기에 아기자기하게 올린 반찬, 각 맞춘 수저와 젓가락 세팅까지…. 매일 SNS에 올리며 열을 냈던 그들인데, 언젠부턴가 간편식 예찬을 하고 있다. 1인가구인 30대 김대리도, 30년 프로 주부인 오 여사도 ‘간편식(HMRㆍHome Meal Replacement)’으로 한상을 차리는 시대가 왔다.


21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발간한 가공식품 시장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가정간편식시장 규모는 2011년 1조1067억원에서 2015년 1조672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해에는 2조3000억원으로 성장했다. 업계는 올해 시장규모를 3조원으로 내다보고 있다. 제과ㆍ음료 등 식품업계가 전반적으로 정체 상태인 가운데, 독보적으로성장하고 있는 분야다.

쑥쑥 크는 간편식 성장의 가장 큰 이유는 단연 편리함과 맛이다. 현재 시중에는 국ㆍ탕ㆍ찌개 뿐 아니라 컵밥ㆍ스테이크ㆍ파스타ㆍ중화요리까지 거의 모든 메뉴가 간편식으로 나와 있다.

소규모 가족이 가볍게 한 끼를 때울 경우, 경제적 측면에서도 이득이다. 부대찌개 재료를 사기 위해 직접 장을 봤다. 20일 현재 홈플러스 기준 스팸 200g 3590원, 종가집 김치 500g 4990원, 표고버섯 한팩 2990원, 베이크드빈스 행사상품 1000원. 합계 1만2570원이다. 물론 중량의 차이가 커서 절대적 비교는 할 수 없지만, 구색을 갖추기 위해서 드는 재료값만 해도 만만치는 않다.

2인 미만이 한끼 식사를 할 경우 5000원 남짓한 1~2인용 부대찌개(CJ 비비고 부대찌개 기준 4990원) 하나로 해결할 수 있다. 시중 간편식에 야채와 양념, 고명을 추가해 좀 더 푸짐하게 즐기기도 한다. 밥상물가가 훌쩍 오르면서 재료비와 외식비가 부담스러워진 소비자들이 간편식을 택하는 이유다.

레토르토 제품이라는 부정적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업체들도 까다로운 검증절차를 거친다. 식품 제조 전문가부터 경영진까지 제품을 검증하는가 하면 최첨단 기술로 최적의 맛을 내기 위해 힘쓴다.

CJ제일제당은 전문 셰프들이 ‘비비고 육개장’ 개발에 앞서 가장 대표적인 육개장 맛을 구현하기 위해 육개장 전문점을 직접 돌아다니며 맛 평가와 토론을 반복했다. 레시피 구현에만 1개월이 걸렸고 이 ‘셰프 레시피’는 100여명의 소비자 피드백을 종합해 최종 배합비가 만들어졌다.

대상 청정원의 프리미엄 간편식 ‘휘슬링쿡’은 요리의 완성을 휘슬소리로 알려 주는 획기적인 제품으로, 국내 최초 ‘CV(Cooking Valve)시스템’을 도입했다. 제품 용기 덮개에 쿠킹밸브를 부착, 제조 과정에서 쿠킹터널을 통해 재료를 단시간 내에 빠르게 조리해 열에 의한 원재료의 손상을 최소화하는 방식이다. 동태탕 대구탕 등을 선보이는 아워홈은 소금물에 생선을 해동시켜 비린 맛을 잡았다.

혼술족을 위한 메뉴도 다양해졌다. 지난해 5월 출시된 ‘오뚜기 피자’는 시들했던 냉동피자 인기를 부활시켰다. ‘오뚜기 피자’는 출시 8개월간(5~12월) 13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기록하면서 지난해 250억원에 달하는 시장을 형성했다.

청정원 ‘안주야(夜)’는 논현동 포차 스타일 불막창, 무뼈닭발, 매운 껍데기로 소주 마니아들에게 환영받고 있고 아워홈은 업계 최초로 정통 멕시칸 ‘비프퀘사디아’와 ‘치킨퀘사디아’ 간편식 2종을 출시했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1인가구와 맞벌이 가구가 증가하고 밥상 물가가 오름세를 보이며 간편식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면서 “업체들도 소비자들의 기호를 충족시킬 수 있는 수준높은 요리를 내놓으며 더욱 치열한 경쟁을 할 것”이라고 했다.

김지윤 기자/summ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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