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창출’에 함몰된 노조의 자충수

- 5000억 일자리기금 조성에 내부 반발 고조
- 1600억 성과연봉제 인센티브 환급 방안과 유사한 전개
- 내부 의견 수렴 없이 성급한 추진

[헤럴드경제=정순식ㆍ정태일 기자]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이 현대차그룹에 노사가 함께 2500억원씩을 분담해 일자리 창출에 필요한 기금 5000억원 조성하자 제안한 데 대해 카운터파트인 재계는 물론 노동계 내부에서도 반발이 커지고 있다.

노조 내에서도 기금 조성에 대한 내부 의견 수렴 과정이 부족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향후 소송 결과에 따라 기금 부담 주체를 둘러싼 형평성 논란이 불가피해 금속노조의 제안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이다. 


이는 최근 공공부문 노동조합 공동대책위원회가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폐지에 따라 지난해 지급된 1600억원의 인센티브를 반납받아 비정규직 처우 개선과 공공부문의 청년고용 확대 등 공익 목적으로 사용하자 제안한 것에 이어 현실성이 떨어지는 또다른 제안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새 정부의 ‘일자리 창출’ 모토에 노조가 성급하게 접근하며 내부 반발만 키우는 자충수를 잇달아 두고 있다는 지적이다.

21일 노동계와 재계등에 따르면 금속노조의 일자리기금 5000억원 제안에 대한 내부 반발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을 대표하는 산별노조인 금속노조가 현대차 내부 구성원들의 면밀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통상임금 소송을 두고 승소 여부가 엇갈리고 있고, 정착 현대차 노조는 1ㆍ2심에서 패한 만큼 노조원 내부에서도 기금의 부담 주체를 두고 형평성 논란이 있을 수 있다는 인식이 번지고 있다.

금속노조의 제안에 대해 다른 산별 노조들 또한 일자리창출이라는 큰 원칙에는 공감을 표하면서도 너무 안이했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산별노조원은 “재판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인 만큼 금속노조가 성급하게 접근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노동계 내부에선 ‘일자리 창출’ 명분에 지나치게 함몰된 채 노조가 무리한 제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표적인 것이 최근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공공부문 노동조합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가 1600억원의 공공기관 성과연봉제를 환급받아 이를 비정규직 처우 개선과 공공부문 청년 고용 확대에 쓰자고 제안한 대목이 꼽힌다.

이미 수개월 전에 지급된 돈을 강제로 환급할 수단 자체가 없는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자리 창출의 명분만 강조하다 비현실적인 제안을 내놓았다는 것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금속노조의 기금 제안과 성과연봉제 인센티브 환급 논란은 공통적으로 의견수렴 과정의 부족을 증명하고 있다”면서 “내부적으로도 의견이 갈리는 사안을 회사 측에서 수용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전했다.

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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