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재요~다리를 오므려라”…지하철시(詩) 공모전, SNS서 후끈

[헤럴드경제=윤혜정 인턴기자] 서울시가 지난 14일 지하철의 승강장 안전문(스크린도어)에 내걸 시(詩)를 시민 공모했다. 톡톡 튀는 표현이 담긴 여러 시구가 SNS에서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공모전 소식이 알려지면서 다음 날인 15일부터 현재까지 SNS에는 ‘스크린도어 시’ 해시태그를 붙인 짧은 작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사진출처=트위터 캡처]

대부분 지하철에서 목격했을 법한 무개념 승객을 비꼬는 풍자시가 많다. “임산부 전용석의/저 아저씨/몇 개월이세요/배 속에 있는 게/아기는 아닌 거 같은데”는 임산부 전용석에 앉은 채 자리를 비키지 않는 남성을 꼬집었다.

또 고대가요 ‘구지가’를 패러디한 “아재 아재요/다리를 오므려라/오므리지 않으면/구워 먹으리”는 옆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지하철 ‘쩍벌남’을 비판했다. 

가요를 패러디한 작품도 있다. 가장 많은 공유 횟수를 기록하며 공감을 받은 시는 가수 유리상자의 노래 ‘사랑해도 될까요’를 패러디한 작품으로 “문이 열리네요/그대가 들어오죠/내리면 타야지/XX놈아”라며 내리는 사람을 기다리지 않고 지하철에 올라타는 사람들을 향해 일침했다.

가수 피노키오의 노래 ‘사랑과 우정 사이’ 가사를 “사당보다 먼/ 의정부보다는 가까운”이라고 빗대어 서울 시청역을 기점으로 두역까지의 운행거리를 비교하는 재치를 선보이기도 했다.

SNS에 게시된 작품 중에서는 지난해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고치다가 사망한 김 모군을 추모하는 시도 있었다. “이 문에서/스무 살 청춘이 죽었다/점심에 먹을/사발면 하나 남기고”라고 작성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앞서 게시된 일부 시는 수준 미달이라는 혹평을 받으면서 비난의 대상이 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 공모된 시는 지하철 현장을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인 시민에게 공감을 일으키기 때문에 반응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최종 심사는 문학 평론가, 교수 등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사위원회를 통해 이뤄진다. 누구나 응모할 수 있다. ‘내 손안의 서울’ 공모전 홈페이지에서 응모 신청서 및 작품 작성 서식을 완성하면 된다.

/yoon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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