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號 30년] 총수부재·반재벌정서…안팎 위기감…최대실적 행진불구 ‘축포’는 없었다

‘자랑스런 삼성인상’ 없이
이회장 ‘신경영 30년’ 담은
5분30초 짜리 영상 대체

매년 12월 초에는 한 해 뛰어난 성과를 보인 삼성그룹 임직원을 격려하는 ‘자랑스런 삼성인상’ 시상식이 열린다.

이 상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그룹 오너 일가가 직접 챙길 정도로 각별한 의미를 지닌 행사다.

이 회장이 강조한 인재경영의 상징과도 같다. 하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자랑스런 삼성인상’은 없었다. 더구나 올해는 이건희 회장 취임 30주년이 되는 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자랑스런 삼성인상’ 시상식이 열리는 것을 계기로 그룹 전반에 한 해를 마감하는 연말 분위기가 물씬 풍기곤 했는데, 회장이 병중인 데다 부회장마저 재판을 받고 있어 크게 침체된 분위기”라고 전했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에 힘입어 그룹의 핵심 기업인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실적의 기록적인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지만, 삼성그룹 전반의 분위기는 극도로 침체해 있다.

더구나 올해는 이건희 회장 취임 30주년을 맞은 해인 데다 사상 최대 성과를 달성한 한 해인 만큼 평소라면 축포를 쏘아 올리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이 회장이 2014년부터 와병 중인 데다 외아들 이재용 부회장마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구속 수감된 상태에서 2심 재판을 받고 있어 올해는 삼성 전계열사 임직원이 사내에서 ‘30년을 이어온 약속’이라는 이 회장의 특집 영상을 시청하는 것으로 행사를 갈음했다.

5분 30초 분량의 영상에는 이 회장이 1993년 신경영 선언을 통해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약속과 이를 실현하는 과정이 실렸다.

이는 5년 전인 2012년 이 회장 취임 25주년을 앞두고 대대적으로 홍보 활동을 펼쳤던 것과 대조된다.

당시 삼성그룹은 ‘그날의 약속을 돌아보다’라는 시리즈물을 인터넷에 게재하며 1987년 12월 1일 회장 취임식을 가진 이 회장이 25년 후 당시의 취임 약속을 지켰음을 널리 알린 바 있다.

삼성 계열사의 한 임원은 “이 회장 취임 이후 삼성전자가 가져 온 성장과 변혁은 한국 경제 전반의 성장에도 적잖은 촉매제가 된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강해진 반(反)재벌주의 기조 속에 이 회장이 거둔 30년 성과가 온전히 인정받지 못하는 게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정순식 기자/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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