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한 사드 그림자 ①] 사드 풀렸다고 하는데…4성급 호텔 15곳 “단체 관광객 없어요”

-4성급 호텔, 요우커 기다려도 감감무소식
-요우커 의존도 높아 금한령 직격탄
-‘3불(不)’ 지침 해제돼야 ‘완전한 해빙’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중국 단체관광객(요우커) 입국으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갈등이 봉합 국면을 맞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작 관광ㆍ유통업계는 금한령(한류 금지령) 조치가 완전히 해제되기 전까지는 ‘해빙’을 거론하기 이르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6일 헤럴드경제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단체관광객 의존도가 높은 서울 시내 4성급 호텔들의 중국 단체관광객 예약은 전무한 수준이었다. 시내 관광지에 위치한 4성급 호텔 18곳 중 15곳은 “사실상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8개월 만에 재개된 단체관광객을 맞는 입국장. 현수막에는 얼음이 깨지듯 얼어붙었던 관계가 호전된다는 뜻의 ‘파빙한국 첫단체’(破冰韩国 首发团)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하지만 일선 관광ㆍ유통업계는 아직 해빙 모드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금한령 일부 해제’ 이후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방문했다고 응답한 호텔은 라마다 서울호텔ㆍ티마크 그랜드호텔 명동ㆍ베니키아 프리미어 호텔 베르누이 3곳에 불과했다. 라마다 서울호텔은 3건의 단체관광객을 받았다. 엑소(EXO) 콘서트에 맞춰 방한한 케이팝 팬들이었다. 티마크 그랜드호텔 측은 “11월 말~12월 초 두 팀의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방문했다”고 했다.

지난 2일 금한령이 발동된지 262일 만에 한국땅을 밟은 첫 중국인 단체관광객은 베르누이 호텔에 묵었다. 베르누이 호텔 관계자는 “아직까지 추가로 확정된 중국인 단체관광객 예약은 없다”고 했다.

금한령 이전 시내 관광지 4성급 호텔들은 요우커에게 객실의 50% 이상을 의존했다. 고급 호텔을 선호하는 일본 관광객과 달리 상대적으로 숙박 시설 지출 비율이 낮은 중국인들은 중저가의 비즈니스 호텔을 찾는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명동 일대의 비즈니스호텔들은 방한 중국인 관광객 성장세에 우후죽순 늘어났다. 가격 거품을 걷어내고 특급 호텔에 버금가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경쟁적으로 요우커를 유치했지만 지난 3월 이후 중국인 투숙객 수가 50~70% 이상 줄었다. 한 4성급 호텔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객이 전체 이용객의 70~80%를 차지했는데 이들의 방문이 끊긴 이후 현재까지 공실률이 크게 높아졌다”며 “아직까지 호텔을 찾는 중국인 단체관광객은 거의 없다”고 했다.

이처럼 4성급 호텔들이 해빙 무드를 만끽하지 못하는 것은 중국 국가여유국이 못박은 ‘3불(不)’ 지침 때문이다. 국가여유국은 지난 8개월동안 전면 금지했던 한국행 단체 관광을 풀어줬지만 ‘크루즈, 전세기, 롯데는 절대 안된다’는 요건을 포함했다. 또 전체 중국인 관광객의 30%에 불과한 베이징ㆍ산둥 지역의 오프라인 여행사만 허용해 ‘즉각적인 효과는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는 게 관광ㆍ유통업계의 중론이다.

한국관광공사도 “아직 해빙 무드라고 속단하기에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해빙의 물꼬를 튼 것은 맞지만 금한령이 완전히 해제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중국 단체관광객 유치에 대한 기대감이 지나치게 높아지면서 요우커를 직접 모집하는 일선 공사ㆍ지사들은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한 서울 시내면세점 관계자도 “해빙 분위기지, 해빙 모드는 아니다”라며 “한ㆍ중 정상회담에서 면세점 업계의 고충을 토로하고, 협상을 진행해야하는 상황에서 되레 해빙이라고 발표해버리는 것은 면세점 업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dod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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