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바라보는 시선]실향민엔 “소원”ㆍ청년 엔 “희망”…통일시대 준비하는 국민들

-‘실향민 세대’에게 통일은 “마지막 꿈”
-‘반공 세대’에게도 북한은 새로운 ‘희망’
-“통일에 관심 없다고?”…적극적인 2030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통일에 대한 논의가 새삼 뜨겁다. 잇따른 도발로 오랜 기간 경색됐던 남북관계가 급반전되면서 사회 곳곳에서 통일 담론이 쏟아지고 있다. 헤어진 가족을 찾는 일이 생애 마지막 소망이 된 실향 세대부터 경제발전의 가능성을 기대하는 중장년층, 통일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청년층까지 관점은 다르지만, 통일을 바라보는 긍정적 시각은 비슷했다.

1945년에 태어나 이른바 ‘해방둥이’로 불리는 김홍자(73ㆍ여) 씨의 고향은 평안도다. 그러나 김 씨에게 고향에 대한 추억은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 너무 어렸을 때 전쟁을 겪으며 고향을 떠나온데다, 고향 바다가 그리워 인천에 터를 잡은 부모님을 따라 평생을 인천 토박이로 지냈다. 이제 김 씨에게 통일은 60년이 넘는 분단 속에서 정말 ‘마지막 소원’이 돼버렸다. 김 씨는 “통일은 커녕 아버지가 그리워한 고향 땅을 죽기 전에 밟아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며 “이번 기회가 사실상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얼마만에 만났는데….’ 지난 2010년 남북이산가족 상봉행사에서 김진원(80ㆍ북측)씨 가족이 짧은 만남 뒤 또 다시 기약없는 이별을 앞두고 오열하고있다. 사진=[금강산 사진공동취재단]

전쟁으로 분단의 아픔을 직접 느낀 실향 세대에게 통일은 ‘아득한 꿈’으로 남아있다. “꿈에도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를 수십 년째 부르고 있지만, 같은 처지의 실향민들마저 하나 둘 떠나면서 ‘고향 땅 한 번 가보는 것’이 마지막 소원이 된 사람들이 대다수다.

실제로 지난 2000년부터 13만1531명의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중 실제 가족을 만난 경우는 2만3676명에 그친다. 그나마 이어지던 상봉도 지난 2015년 10월 이후 완전히 끊겼고, 지난 2016년에는 사망자 수가 생존자 수를 넘어섰다.

반공ㆍ통일 교육을 받으며 자라온 이른바 ‘반공세대’에게도 통일은 ‘희망’이다. 이제는 한국 경제의 주축이 된 중ㆍ장년층에게 통일은 이념이 아닌 현실이 됐다.

당장 재입주 가능성이 커진 개성공단 뿐만 아니라 ‘한반도 신경제구상’으로 대표되는 경제발전에 대한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크다. 개성공단에서 포장재를 만들었던 조민구(53) 씨는 “단순 재입주가 아닌 더 긴밀한 협력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과거 북한을 ‘뿔 달린 괴물’로 호도했던 반공교육은 이제 떨쳐내고 ‘경제발전의 희망’으로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회원사와 개성공단 입주기업 등 20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남북관계와 관련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 기업의 82.5%가 향후 남북관계에 대해 희망적으로 전망했다. 장기 진출 계획에 대해서도 응답기업의 51%가 “의향이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임강택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경제의 저성장 추세 지속과 주변국과의 경제협력 잠재력 증대가 결국 한반도 신경제구상으로 이어졌다”며 “하나의 시장 형성을 넘어 경제적 통일을 지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일에 관심이 없다”는 편견과 달리 2030세대는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통일에 대비하고 있다. 통일에 대한 장밋빛 예상이 잇따르면서 수동적 태도보다는 적극적으로 통일 시대를 준비하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젊은 층의 통일 인식은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에 따르면, 20대 중 북한을 협력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비율은 지난 2007년 78.5%에서 지난 2016년 43.1%로 크게 떨어졌다.

그러나 남북 정상회담 직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지난달 리얼미터의 설문조사에서는 북한의 비핵화 및 평화 정착 의지에 대한 20대 응답자의 신뢰도가 종전 9.8%에서 58.7%까지 올랐다. 청년층 사이에서는 “통일로 새로운 기회가 생길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20대가 먼저 나서서 통일 의제를 제시하고 있다. 청소년대학생청년 평화위원회는 지난 12일 통일에 앞서 청년들의 8대 의제를 발표했다. 학술ㆍ문화 분야뿐만 아니라 경제 분야에 대한 의제도 눈에 띄었다. 윤지영 청년하다 대표는 “판문점 선언이후 확대되는 새로운 경협지대에 청년일자리 20%를 만드는 것에서 시작한다면 청년들의 숨통일 트일 것”이라며 “통일도 청년들이 주도적으로 나서고자 의제를 만들었다”고 했다.

osyoo@heraldcorp.com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