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약초 이야기]귀전우

어릴 적 우리가 다니던 국민학교는 복도가 전부 나무로 되어 있어서 일주일에 한번씩 복도에 걸레를 들고 왁스칠을 해주어야하는 것이 학교로부터 내려진 일종의 임무였다. 엄마께 졸라서 헤진 수건을 꿰매어 걸레를 만들고 같은 반 친구들과 줄을 맞추어 일렬로 늘어서 선생님이 가르쳐주신 노래에 맞추어 걸레질을 하다가 선생님이 호루라기를 불면 다시 돌아앉아 걸레질을 하면서 복도에 윤을 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그러다가 손톱밑이나 손에 가시가 박혀 고생을 하고 차마 빼지 못해서 울며서 집에 갔던 기억은 누구나 나와 같은 세대에 살았던 분들이라면 한번쯤 있어봄직한 기억이어서 공감되는 부분일 것이다. 그런 일이 있게 되면 대개 선생님이 빼주시는데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가시가 박힌 손을 그대로 집에 돌아가야했다. 그러면 난 곧장 아버지 한의원으로 달려가서 아버지께 가시를 빼달라고 응석을 부렸다. 아버지는 징징거린다고 짜증을 내셨지만 약장에서 어느 약초 하나를 꺼내서 태우신 후에 그 재를 가시가 박힌 곳에 밥과 함께 섞어 붙여놓으시고 잠깐 기다리셨다가 박힌 부분의 가시를 아주 손쉽게 빼내주셨다. 그 약초가 바로 오늘 이야기하려는 귀전우라는 약초이다.

이 귀전우는 많은 한의사들은 잘 모르는 생소한 약초이고 적어도 미국에서 한의학을 공부하신 분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 그 약초를 사용하는 처방이 거의 없기 때문에 들어보지도 못한 그런 약초일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 약초는 오랫동안 우리나라에서 민간에서 자주 사용해온 약초로 특정지방에서는 홑잎나물이라고 해서 어린순을 나물로 먹었던, 다른 말로는 화살나무 참빗나무라고 하는 약초이다. 귀신이 쏘는 화살이라고 해서 과학이 발달하기전 이 약초는 주로 신병(귀신들려서 생긴다는 병· 현대에서 말하는 정신병이나 심장질환 등)에 사용되었고 두충이 귀하던 시절 향의(시골의 한의사님)들은 두충 대신으로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맛은 쓰고 성질은 차고 뭉친 피를 깨뜨리는 파혈작용이 있어서 타박상이나 산후 체내에 남아있는 피가 통증을 일으키는 어혈동통에 사용했다. 요즘은 이 귀전우를 이용해서 자궁근종을 치료하거나 암을 치료한다는 논문자료가 있다.

본원에서는 풍습으로 인한 관절염에 주로 사용하고 있으며 심장질환이 있으신 분 특히 부정맥이나 기타 자주 놀라시는 분들에게 이 약초를 권하고 있다. 실제로 이 약초의 약리작용을 살펴보면 심박동이상, 진정작용, 혈압강하작용, 관상동맥혈류량 증가 등에 효과가있다. 이 약초의 부작용은 없으나 낙태의 기능이 있으므로 임산부에게는 절대 음용을 금한다.

예전 낙태를 시키기 위해 이 약초를 사용한 예가 할아버지께서 적어놓으신 만병경험방에 들어있으나 선무당이 사람잡는다고 이 약초를 잘못 사용하면 태아는 물론 임산부까지 위험할 수 있으므로 절대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된다.

먹는 방법은 20g 정도를 2~3리터정도 되는 끓는 물에 넣고 10분 정도 더 끓인 다음 차처럼 마시면 부정맥이 있는 분들에게는 아주 신효하다.

사실 이 약초가 들어가는 처방 하나중 유명한 것 하나를 소개하자면 동의보감에 있는 벽사단이라는 처방이 있는데 들어가는 구성약물이 수은이 들어있는 주사나 비소가 들어있는 웅황 또 멸종위기동물인 사향노루배꼽에서 채취하는 사향 등이 들어있어서 미국에서는 원방대로 사용할 수가 없기에 이름만 언급하고 넘어간다. 어느 한의원에서 이 처방을 기천불을 받고 판매한다고 하는데 원방대로 만들어지지 않은 그 처방이 과연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지는 합리적 의심이 드니 독자들은 참고하시길 바란다.

김성진/중방의가(中芳醫家·Joong Bahng Acupuncture & Health Supplement)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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