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소득세 폐지, ‘개미’들이 더 반긴다…어째서?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4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 참석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정부가 소수의 ‘주식 부자’들에게 매기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공식화한 이후 대주주 기준 완화에 이은 또 한 번의 ‘부자 감세’라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정작 소액 개인투자자들이 더 환호하고 있다. 금투세 대상은 전체 국내 주식투자자의 0.1% 남짓인 15만명 수준에 그치지만, 앞선 대주주 기준 완화 이후 국내 증시가 산타랠리를 보여준 것처럼 이들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야당에선 금투세 추정 세수가 연 1조원에 달해 그만큼 세수 결손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금융 투자에 대한 세금 부담을 줄일 경우 국민 자산 증식에 기여할 수 있고, 증시 활황에 따른 기업의 자금 조달도 용이해지는 만큼 전체 국가 경제의 파이를 키울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앞서 대주주 기준 상향과 금투세 시행을 고려해 증권거래세를 점진적으로 낮추고 있는 만큼, 거래세를 조정해 세수 결손을 보완할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재부 “금투세, 제도 자체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김병환 기재부 1차관은 전날 윤석열 대통령이 한국거래소에서 금투세 폐지 방침을 전격 발표한 이후 같은 입장을 공식화했다. 작년 11월 공매도 전면 금지와 12월 주식 양도소득세 기준 완화(종목당 10억원 이상→50억원 이상)에 이어 또 다시 금융투자 부문의 파편적인 세제 개편이 추진되는 셈이다. 기재부는 “대통령 공약으로 일관되게 추진돼온 사안으로 사전 협의를 거친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김병환 기획재정부 차관 [연합]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연 5000만원 이상의 소득을 올린 모든 투자자에 부과한다. 세율은 기본 ‘금융투자소득세 20%+지방소득세 2%’로 총 22%이며, 1년에 과세표준 3억원을 초과하는 소득이 발생한 경우 과세표준 3억 초과분에 대해서만 가산해 ‘금융투자소득세 25%+지방소득세 2.5%’로 총 27.5%다. 지난 2020년 12월말 해당 법안이 통과된 후 2023년부터 시행 예정이었지만, 2022년 11월 여야는 금투세 시행을 2년 추가 유예키로 했다.

김 차관은 “지금은 대주주 요건을 충족하는 분들 외에는 양도세 걱정없이 투자 하는데, 금투세가 시행되면 일단 상당수의 소액 투자자들이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주가나 주식시장의 불확실성과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있다. 제도 자체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라고 언급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가계의 자산 운영 구성에 부동산이 굉장히 많다”며 “개인들이 (부동산이 아닌)자본시장으로 돈을 늘려서 투자하면 기업도 부채에 의존하는 자금조달 비중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의 생각도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자본시장 전문가는 “만약 금투세가 시행될 경우 국내 자본시장의 투자위축은 불가피하다”며 “자본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들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현재 증권거래세와 양도소득세를 모두 매기는 ‘이중과세’도 문제라고 봤다. 현재 거래세와 양도세를 모두 부과하는 나라는 한국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뿐이다.

또, 부자감세? “개미들이 더 원한다”
개인투자자 모임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회원들이 지난 2022년 11월 13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 유예를 촉구하는 촛불시위를 하고 있다. [한투연 제공]

기재부가 2022년 11월 추산한 금투세 과세 대상자는 약 15만명(10년 평균 주식 거래 내역 기준)으로 전체 개인투자자 1400만명의 0.11%에 불과하다. 대주주 기준 완화와 마찬가지로 ‘부자감세’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정작 금투세에 대해 격렬하게 반대하는 쪽은 다수의 개인투자자들이다. 실제 개인투자자들의 모임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은 지난 2022년 11월 금투세 도입을 추진하는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항의성 시위를 열기도 했다.

과세 대상인 고액자산가들이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투자 소득의 22%이상을 세금으로 납부해야 할 경우 이들은 부동산이나 해외 증시로 눈을 돌릴 수 있다. 이 탓에 국내 증시가 하락하면 그 손해는 개인들이 보게 된다. 한투연 측은 “대만은 지난 1989년 금투세를 도입했다가 1개월 만에 지수가 40% 가까이 폭락한 후 도입을 철회했다”며 “한국 증시에 투자할 이유가 없고, 이들이 해외 시장으로 탈출하면 추가 하락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대주주 기준 완화에 연말 증시는 ‘산타랠리’

28일 오후 부산 남구 부산국제금융센터에서 열린 20 23년 증권·파생식품 시장 폐장식에서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폐장을 알리는 버튼을 누르고 있다. 코스피는 올해 마지막 거래일인 28일 1.6% 상승해 2655.28로 마무리했다. [연합]

고액자산가들이 세금 부담을 이유로 증시를 이탈할 경우 발생하는 부작용이 대만에서 드러났다면, 반대의 사례는 국내 증시에서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지난 2021년 12월 28일 국내 증시에 특별한 이슈가 없었지만 개인 투자자는 역대 최대 규모인 3조903억원을 순매도 했다. 대주주 기준을 종목당 10억원으로 적용, 양도세를 내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가 작년 연말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으로 높이자 코스피는 10월 말 대비 두 달 만에 16%이상 급등했다.

아울러 ‘진짜 부자’인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는 과세대상에서 제외돼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점도 이들이 반대하는 이유다. 이들은 개인에 비해 훨씬 부유하고 정보력을 갖춘 상대적 강자인데도 이들에게는 오히려 조세가 감면되고, 개인에게만 부과되는 것이 과연 부유층 증세라고 할 수 있느냐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1년 이상 투자해 올린 소득에 세금을 매기는 만큼 장기 투자자가 사라질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건전한 투자 문화를 장려하겠다는 원칙과는 반대되는 결과로 이어지는 셈이다.

세수결손 1조…낮추기로 한 거래세율 조정은?

다만 금투세 폐지로 인한 세수 결손은 불가피하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오는 2025년부터 금투세를 시행할 경우 3년간 세수는 4조328억원으로 연평균 1조3443억원의 세수가 걷힐 것으로 분석했다. 세수가 그만큼 덜 걷히게 되는 셈이다. 게다가 3년 연속 감소하고 있는 증권거래세에 대한 재산정도 필요하다. 정부는 금투세 도입을 감안해 거래세를 줄여나가고 있다. 실제 증권거래세율은 지난해 0.20%에서 올해(0.18%)와 내년(0.15%)까지 낮아지도록 계획돼 있다.

일각에선 금투세 폐지를 정부 의지대로 추진하기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대주주 기준을 완화하는 것은 대통령령인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 사항이라 국회 입법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됐다. 하지만 금투세 폐지는 세법 개정 사안으로 야당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당초 금투세를 발의한 더불어민주당은 반대 입장이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여야 합의된 사항을 파기하고 있어 정책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며 “세수 보완 대책도 없이 세수 포기를 자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탓에 정부가 불가능한 이슈를 던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금투세 폐지 발표가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1400만명에 달하는 주식투자자를 겨냥한 정부의 총선용 이벤트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차관은 “금투세는 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되기 때문에 올해 안에 국회에서 논의해야 한다”며 “양도세와 거래세 어떻게 가져갈지 부분은 다른 논의 과정과 검토 점검이 필요한 주제인 만큼 어떤 조합이 바람직한지 판단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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