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특검법 거부권 ‘전운’ 고조…대통령실·국회 ‘복잡한 셈법’

지난달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쌍특검법’(김건희 여사·대장동 50억 클럽 특별검사법)이 금명간 정부로 이송된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공언했고, 더불어민주당은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피습 사건으로 강대강 대치 국면이 잠깐의 숨 고르기를 가졌지만, 거부권 행사를 두고 다시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달 28일 본회의를 통과한 쌍특검법을 국회가 정부로 이송할 시점은 “이르면 4일, 늦어도 5일”이 될 전망이다.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된 법률안은 국회의장이 정부로 이송하고, 정부는 15일 안에 이를 공포해야 한다. 법률안에 이의가 있을 때 정부는 15일 안에 국회로 재의(再議)를 요구할 수 있다.

대통령실은 일찌감치 “윤석열 대통령은 ‘쌍특검’이 정부로 이송되는 대로 즉각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총선을 앞두고 여론에 민감한 영부인에 대한 특검법 거부권 행사를 고심하기보다 정면돌파한다는 방침이었다. 정부는 새해 연휴가 끝난 2일 특검법이 이송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임시 국무회의를 준비했지만, 거부권 의결 행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국회가 법안을 정부로 이송하지 않은 것이다.

여권에선 윤 대통령이 즉각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법안 이송이 늦어지는 것과 관련해 불편한 기류도 보였다. 다만 국회 사무처는 “통상 정부 이송까지 일주일 정도 걸린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지난해에만 양곡관리법 개정안(4월), 간호법 제정안(5월)과 12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른바 ‘노란봉투법’) ▷방송법 개정안 ▷방송문화진흥회법 개정안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이상 ‘방송 3법’) 등 세 차례, 6건의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양곡관리법은 본회의 통과 뒤 8일 뒤, 간호법은 7일 뒤 정부에 이송됐다.

다만 입법부 수장으로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확실한 상황에서 법안을 정부로 이송해야 하는 김진표 국회의장의 고심도 엿보인다.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은 헌법 제53조에 명시된 대통령의 고유한 권한이지만, 행정부가 입법부를 견제하는 강력한 수단이다.

앞서 김 의장은 입법부의 수장으로 야당의 단독 법안 처리, 대통령 거부권 행사의 악순환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었다. 지난해 9월 2023년 정기국회 개회사에서 김 의장은 “국회의 입법권과 정부의 거부권이 반복해서 충돌하는 상황은 정부와 국회 모두를 피해자로 만드는 일”이라며 “아무리 어려워도 대화와 타협의 끈을 끝까지 놓지 않는 것이 의회민주주의”라고 말했다.

그러나 특검법 이슈를 빠르게 돌파하고 새해 국정동력 확보에 박차를 가하려 했던 윤 대통령의 계획에 돌발상황이 발생했다. 지난 2일 발생한 이 대표 피습 사건이 ‘민주주의에 대한 테러’라며 반목과 혐오의 정치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입법부를 견제하는 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하게 되는 것이다.

이 대표 피습 사건 이후 대통령실은 특검법 거부권에 대해 공식 언급을 자제하고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피습 직전 거부권 행사에 비판한 제1야당 대표가 병상에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강행할 경우 여론에 미칠 파장을 예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거부권 행사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과반 이상이 넘는다는 일부 여론조사도 발표됐다. 다만 김건희 특검법이 ‘야당 주도의 총선용 악법’이라는 판단에 따라 우선은 국회가 정부로 법안을 이송하는 상황을 지켜본 후 지체없이 대응한다는 기류는 여전하다. 반면 민주당은 거부권 남발에 대해 권한쟁의심판 여부를 검토하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 피습 사건 발생 직후 연이틀 쾌유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냈다. 최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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