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민폐 레이스’ 나비효과…울고 또 운 베네마르스, 웃은 닝중옌[2026 동계올림픽]

1000m 충돌로 올림픽 신기록 페이스 붕괴
메달 놓친 네덜란드 기대주 “동메달은 내 것이었다”
1000m 동메달 닝중옌, 1500m서 금메달

11일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m에 출전한 네덜란드의 요프 베네마르스가 질주를 마친 뒤 머리를 감싸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정주원 기자] 중국 선수와의 충돌 이후 모든 것이 꼬였다. 네덜란드 스피드스케이팅의 차세대 에이스 유프 베네마르스가 또 한 번 눈물을 삼켜야 했다. 반대로 그 사건의 ‘수혜자’처럼 보이는 중국의 닝중옌은 역사적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베네마르스는 20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스피드 스케이팅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남자 1500m에서 1분43초05를 기록하며 4위에 그쳤다. 메달과 불과 한 계단 차이였다.

하지만 그의 악몽은 이미 일주일 전 시작됐다. 지난 12일 남자 1000m 경기에서 중국의 렌쯔원과 충돌하며 레이스가 완전히 무너졌다. 코너를 돌아 레인을 교차하는 순간 아웃코스로 빠져나오던 렌쯔원이 베네마르스의 스케이트날을 건드렸다. 중심이 무너진 베네마르스는 속도가 급격히 떨어졌고 결국 1분07초58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중국 롄쯔원과 충돌하며 좋은 기록을 놓친 네덜란드 요프 베네마르스가 경기가 끝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

당시 그는 올림픽 신기록에 근접한 페이스로 달리고 있었다. 충돌만 없었다면 메달권 진입이 확실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로 심판진도 렌쯔원의 무리한 진로 변경을 인정해 실격 판정을 내렸다.

그러나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베네마르스는 재경기를 요청했지만 이미 체력이 소진된 상태였고, 재출발 레이스에서는 기록이 더 나빠진 채 최종 순위 5위를 기록했다.

레이스 직후 그는 얼굴을 감싸 쥐며 눈물을 쏟았다. 그는 “메달은 확실했다. 100%였다”며 “그 고통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인터뷰를 전 세계 언론을 통해 전했다. 네덜란드 언론에는 “끔찍한 영화 같다”는 표현까지 남겼다.

그 여파는 1500m에서도 이어졌다. 기대주로 꼽히던 그는 다시 메달권에 도전했지만 4위에 머물며 또 한 번 시상대 문턱에서 좌절했다. 일본 매체들은 “비운의 베네마르스에게 또 악몽 같은 결말”이라고 평가했다.

20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스피드스케이팅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밀라노ㆍ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 금메달을 딴 중국의 닝중옌이 레이스를 마친 뒤 환호하고 있다. [연합]

아이러니한 것은 그 충돌 사건의 반대편에 서 있던 중국 선수단의 결과다. 1000m에서 3위를 차지했던 닝중옌은 1500m에서 1분41초98의 올림픽 신기록으로 우승하며 금메달을 차지했다. 중국 스피드스케이팅 역사상 남자 1500m 첫 금메달이다.

결과적으로 베네마르스가 메달을 놓친 두 종목에서 중국은 연속으로 시상대에 올랐다. 특히 1500m 금메달은 이번 대회 중국 빙속팀 첫 금메달이기도 했다.

빙속 강국 네덜란드 팬들 사이에서는 “억울한 충돌이 한 선수의 올림픽을 망쳤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중국에서는 닝중옌의 ‘대이변 우승’에 열광하는 분위기다.

베네마르스에게 이번 대회는 분명 잔인한 기억으로 남을 전망이다. 그리고 많은 팬에게는 “역시 중국이 중국했다”는 씁쓸한 뒷맛까지 남긴 레이스가 됐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