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우리 배를 공격하겠어?”…후티 공격에도 홍해 못 떠나는 해운사들

한 선박이 홍해를 향해 수에즈 운하를 건너고 있다. [EPA]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친이란 예멘 반군 후티가 수에즈 운하를 지나는 민간 선박을 향해 공격을 감행하고 있지만 일부 해운사들은 추가 비용에 대한 우려 때문에 홍해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5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후티가 민간 선박에 공격을 벌인 지난해 12월 수에즈 운하를 통한 디젤유·휘발유 등의 운송량은 두 달 전인 10월에 비해 40% 가량 줄었다고 데이터 업체 크플러는 밝혔다.

실제로 세계 2위 해운업체인 덴마크의 머스크나 영국의 글로벌 에너지 기업 BP 등 대형 화주들은 홍해 운항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여기에 대형 유조선들은 후티 공격 이전에도 수에즈 운하 항로가 좁다는 이유로 다른 길을 이용해왔으며, 하마스와 우호적인 카타르 소속의 선박들은 후티의 공격 대상이 될 가능성이 적어 평소대로 운항을 하고 있다.

그러나 비교적 규모가 작은 해운사들은 여전히 수에즈 운하를 거쳐 유럽에 접근하는 홍해 항로를 이용하고 있다. 이들이 홍해에 남는 가장 큰 이유는 비용이다.

해운사들이 기존에 이용하던 수에즈 운하 항로 대신 아프리카를 돌아 우회할 경우 최대 2주의 시간과 그에 따른 비용이 더 들 것으로 추정된다.

노르웨이 오슬로의 해운사 프런트라인의 바스타드 최고경영자(CEO)는 NYT에 “만약 그럴 능력만 있다면 우리도 홍해를 통한 운송은 피할 것”이라면서도 그것이 항상 가능한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이 해운사가 대형 석유 회사나 무역 회사 등 고객사들의 요청에 따라 움직이는 ‘택시’에 불과하다면서, 한번 항해가 시작되고 나면 선장이나 회사가 항로를 변경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운항 중인 배를 돌리기 위해서는 “전시에 준하는 상황이 벌어져야 한다”며 “외부에서 보기엔 지금도 위험해 보일 수 있지만, 지금 당장은 전시 상황까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해운사 말고도 여전히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배가 많다는 사실도 ‘설마 우리 배가 공격 대상이 되겠느냐’는 도박을 걸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라고 바스타드 CEO는 전했다.

또 후티와 적대 관계인 이스라엘과는 이 해운사가 최근 거래를 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공격 대상이 될 가능성이 적다고 본다는 나름대로의 계산도 덧붙였다.

이처럼 여전히 적지 않은 선박이 평소대로 운항을 계속하고, 다른 배들도 빠르게 대체 항로를 찾아내면서 이번 후티의 공격이 국제 유가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분석도 나온다.

홍해 항로가 막히면 원유 운송이 차질을 빚어 유가가 치솟을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국제 유가는 현재까지는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이다.

NYT는 주요 큰손들이 상대적으로 건전한 원유 보유량을 유지하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경제 성장이 둔화하면서 원유 수요가 줄어 국제 유가의 상승 요인이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리서치 회사 에너지 애스펙트의 리처드 브론즈는 “시장은 원유 공급 위험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며 “유가가 지속적으로 다시 상승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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