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완 ‘70세’·산울림 ‘50년’…“나라는 허울을 벗고, 다시 아이처럼”

김창완밴드로 10년 만에 신곡 발매
“지금 이 시간의 소중함 말하는 곡”
내년 산울림 50주년 불구 “의미 없다”

 

김창완밴드로 10년 만에 신곡 ‘세븐티’를 낸 김창완 [더브로드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일흔 살이 이렇게 가까운지 몰랐네… 일흔 살이 이렇게 가벼운지 몰랐네 … 일흔살이 이렇게 허무한지 몰랐네.” (김창완밴드 ‘세븐티’ 중)

상실을 노래하던 ‘청춘’은 어느덧 70년의 세월을 걸어 ‘세븐티(Seventy)’가 됐다. 빗소리 같은 목소리로 ‘갈 테면 가라지’라며 세월을 보내주던 청년은, 일흔의 무게가 가깝고도 가볍노라 고백한다. 내년이면 데뷔 50주년을 앞둔 ‘영원한 현역’ 김창완이 다시 길 위로 나선다. 어제의 나를 부정하고, 아이 같은 순수함으로 무장한 채 말이다.

싱어송라이터 김창완이 김창완밴드로 10년 만에 신곡 ‘세븐티’를 냈다. 지난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복합문화공간 에무에서 기자들과 만난 그는 “‘세븐티’라고 하니 노인의 회한으로 들릴까 걱정됐다”며 “청춘의 시간, 혹은 우리가 함께 있는 이 시간이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지 강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곡의 제목을 ‘칠십’이나 ‘일흔’으로 정하지 않은 것도 ‘노년’이라는 생물학적 시간을 지우기 위해서다.

신곡 ‘세븐티’는 시간의 소중함을 돌아보는 곡이다. 일흔의 나이가 ‘언덕 아래 빵집 앞 술집들처럼’ 가까이 와 있었다는 그의 고백은, 무심한 듯하면서도 삶의 덧없음과 소중함을 동시에 꿰뚫는다. 그는 “오늘도, 또 몇 달 전 막내 노래 ‘세븐티’가 나오던 그날도 다 똑같이 소중한 하루”라며 “이 순간도 곡이 탄생하는 순간만큼 영광스럽고 소중한 시간”이라고 했다.

“아름다웠던 청춘의 시간과 내가 임종을 맞이할 시간은 다를 게 하나도 없어요. 시간은 너무나 공평하니까요. ‘세븐티’가 ‘청춘’에 비하면 몇십 년 동생인데, 과연 세븐티가 청춘을 부러워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각자가 가진 시간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곡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김창완이 스물일곱에 부른 ‘청춘(1981)’과 지금 부른 ‘세븐티(2026)’는 묘하게 닮았다. 그는 “그때의 발상은 풋내나지만 귀여웠다”며 “45년 전의 나에게 이 노래가 와줘서 참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고 회고했다.

김창완밴드로 10년 만에 신곡 ‘세븐티’를 낸 김창완 [더브로드 제공]

새 싱글엔 타이틀곡 ‘세븐티’와 함께 ‘사랑해’가 담겼다. ‘사랑해’엔 방배중학교 학생들이 코러스로 참여했다. 그는 이 곡에 대해 “밴드 공연엔 떼창이 많은데, 우리 밴드엔 떼창곡이 없어 다 같이 ‘사랑해’라고 외치면 얼마나 행복할까 싶어 만든 곡”이라고 했다. 지난해 지드래곤과 같은 공연에 출연했을 때 영감을 받아 태어난 곡이다. 그의 집 인근에 있는 방배중학교 교장 선생님께 부탁해 완성됐다.

중학생과의 녹음 현장은 사랑스러운 에피소드가 많았다. 변성기가 된 학생회 아이들 20명이 ‘삑사리(음이탈)’를 내는 목소리가 너무나 예뻤다고 한다. “저희 음악 감독이 기술적으로 매끈하게 다듬어놓아 제가 화들짝 놀라 ‘다시 거친 목소리로 돌려놔라, 그 거위 소리 같은 목소리가 진짜다’라고 해서 원래대로 살렸어요.”

그는 앞서 지난해 11월 솔로로 미니앨범 ‘하루’를 내는 등 꾸준히 음악 활동을 해왔다. 반세기 가까이 음악, 연기, 그림, 라디오 진행 등 전방위 예술가로 활동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끊임없는 ‘자기부정’이었다. 김창완은 자신을 둘러싼 ‘허울’과 ‘편견’을 걷어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작곡을 하든 캔버스 앞에 있든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저라는 허울을 벗겨내는 거예요. 자신을 침잠하듯 가라앉히는 일을 제일 먼저 하죠. 루틴에서 벗어나는 순간 곡이 써지기도 하고 그림이 그려지기도 해요. 전 같은 자리에 잠자리를 펴지 않는 유목민처럼 살고 싶습니다. 어제의 나에게 안주하지 않으려 해요.”

내년은 산울림이 데뷔 50주년을 맞는 해다. 반세기 동안 한국 대중음악사의 정신적 중추 역할을 해왔지만, 그는 “50주년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했다. 2008년 막내 김창익의 급작스러운 사고사 이후, 그는 줄곧 “산울림은 끝났다”고 말해왔기 때문이다.

김창완밴드로 10년 만에 신곡 ‘세븐티’를 낸 김창완 [더브로드 제공]

“막내가 세상을 떠난 비극적인 역사를 품고 있어 산울림 50주년은 제게 큰 의미가 없어요. 그때 이미 산울림은 더 이상 없다고 했으니까요. 대신 산울림의 음악 정신을 충분히 가진 김창완밴드가 그 유업을 잘 이어나가길 바랍니다. 산울림이 저의 모태인 것은 틀림없어요. 하지만 거기에만 앉아 있지는 않을 겁니다.”

70세의 김창완은 여전히 길 위에 선 유목민이면서 어제의 영광에 안주하지 않는 현역 뮤지션이다. 누군가는 그의 음악에 공감하고, 누군가는 위로받고, 누군가는 생의 의지를 다잡는다.

“제 노래가 위로가 된다면 좋겠지만, 사실 위로가 필요 없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노래 한 가락에 위로받아야 할 만큼 고단한 심정이라는 게 안타깝습니다. 저는 저 스스로 위로받으려 하기보다, 위로하려고 노력하며 살았어요.”

기자들과 마주한 자리에서 “어떻게 대접해 드려야 하나 하다가 노래를 불러드리는 게 좋겠다 싶어 기타를 준비해 왔다”는 김창완은 신곡을 포함해 ‘청춘’, ‘시간’, ‘노인의 벤치’ 같은 기존 발표곡까지 8곡을 찬찬히 들려줬다. 어쿠스틱 기타의 따뜻한 음색이 노래하는 베토벤의 ‘월광’은 한낮의 겨울을 달빛 가득한 밤처럼 물들였다. 그는 “베토벤이 31살에 만든 곡”이라며 “음악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시간이 지나도 녹슬지 않는 것들이 있다는 예술혼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김창완밴드는 다음 달 7일 서울 연세대 대강당을 시작으로 강릉·용인·익산·안산·광주·김해 등지를 도는 전국투어로 팬들을 만난다. 코로나 팬데믹 시절 음악의 무력감을 느끼면서도, 음악으로부터 구원받았다는 그는 다시 무대 위에서 “아이처럼 기뻐하며 사랑하자”고 노래할 계획이다. 다음 달엔 솔로곡으로 동요 ‘웃음구멍’을 낸다. ‘세븐티’ 김창완의 음악적 방향성은 여전히 ‘사랑과 평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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