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한 애플 매장에서 고객이 최신형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EPA]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중국에서 애플 스마트폰의 근거리 무선 파일 공유 시스템인 ‘에어드롭’(AirDrop)의 암호화 기술을 해독했다고 소식이 나와 향후 애플의 대응이 주목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AFP통신과 BBC 방송 등에 따르면 중국 사법 당국 의뢰를 받은 베이징 왕선둥젠(網神洞鑑) 감정연구소는 포렌식 전문가들을 투입, 아이폰 기기 로그 기록을 심층 분석함으로써 암호화된 송신자들의 이름과 전화번호, 이메일 등 신원을 식별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이런 사실은 베이징시 사법국이 공식 소셜미디어(SNS) 계정에 베이징 지하철에서 발생한 부적절한 영상이 유포된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이런 기술이 동원됐다는 점을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베이징 당국은 이 기술이 다수의 사건 용의자를 특정함으로써 경찰의 사건 처리에 도움을 줬다고 밝혔지만, 용의자 체포 여부는 공개하지 않았다.
에어드롭은 근거리에 있는 사용자들끼리 블루투스 방식으로 파일을 보낼 수 있는 기술이다. 이로 인해 중국에선 유동 인구가 많은 도심을 중심으로 반정부 시위대가 시위와 관련된 글이나 이미지 등을 불특정 다수에게 전송해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지난 2019년 홍콩 민주화 시위 당시 활동가들이 시민들에게 시위 참여를 촉구하는 과정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됐다.
중국 당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에 대한 반대 시위가 발발한 직후인 2022년 11월부터 에어드롭에 대한 통제 강화에 나섰다.
현재 중국에서 에어드롭 사용이 불법은 아니다. 다만 이 기능이 중국에서 시위의 목적으로 줄곧 사용되자, 자사 기기들 사이에 문서·이미지·영상 파일을 ‘모든 사람’에게 공유할 경우 서비스 시간을 10분으로 제한했다. 이 기능을 통한 콘텐츠 배포가 그만큼 어려워진 셈이다.
애플 등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통상적으로는 보안 조치가 뚫리면 새로운 업데이트 버전으로 대응해 왔지만, 중국 당국이 압력을 가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애플이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애플은 AFP 논평 요청에 즉각 응답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