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취임식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출입 기자단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12일 “시진핑 주석의 방한은 일정이 허락하면 오시는 것을 환영하는 입장으로, 가급적 조속한 시일 내 오시면 좋겠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취임 기자회견을 열고 “한일중 정상회의와 꼭 연계시킬 필요 없이 별도로 추진을 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조 장관은 “한·일·중 정상회의 이후에 시진핑 주석의 방한을 추진한다는 방침이 있는 것은 아니다”며 “한·일·중 정상회의에 대해서는 이미 3국 간에 개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공감대가 이루어져 있고, 상호 편리한 시기에 개최하도록 양해가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그러한 바탕 위에서 추진하면 현실적으로 먼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의 방중 보다 시 주석의 방한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조 장관은 “그동안 우리 대통령이 북경에 가신 것이 여섯 번인가 하면, 시 주석의 방한은 한 번밖에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자연스럽게 이번에는 시 주석께서 오시는 것이 합당한 순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중 관계에 대해 조 장관은 “대외적인 지정학적 환경이 한중 관계를 어렵게 만드는 측면이 더 강하기 때문에 그 환경 속에서 제약 요인을 가장 최소화할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경주할 것이”이라고 말했다.
조 장관은 양국 국민 간 인식이 악화돼있는 것이 큰 문제라며 “경제나 인문, 인적 교류 분야에 초점을 맞춰서 하나씩 가시적인 성과, 실질적인 협력사업을 통해서 신뢰 증진을 쌓아가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어려운 상황에서 기대수준을 너무 높여놓으면 실망이 클 것이기 때문에 기대수준을 낮추고 작은 일에서부터 하나씩, 하나씩 미래를 향해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서희홀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해 취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 |
조 장관은 한러 관계에 대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서 뭘 하더라도 성과를 내기 어려운 기본적인 현실적 제약 요인 속에 있다”며 “우리 가치와 국익에 기반한 원칙과 기준 위에서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전쟁 상황으로 우리 국민들과 기업들이 큰 피해가 가지 않도록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 정부의 가장 큰 과제”라며 “러시아 측 인사가 우리 방한하겠다는 계획은 구체적으로 듣고 있진 못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교부 차관이 방한을 추진했으나 무산됐는데, 현재 관련한 일정이 조율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도발 수위를 높이는 배경에 대해 조 장관은 “다른 전략적 셈법도 깔려 있겠지만 금년 들어서 서해 포격은 윤석열 정부 들어서 한·미 확장 억제력이 커지고 대북 억제력을 강화하는 구체적인 노력이 가시화되면서 불안감을 느끼는 것 아닌가 한다”며 “그렇기에 한·미·일 사이의 이간, 갈라치기나 신뢰에 균열이 가게 하는 의도를 가진 것 아닌가 하는 개인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강제징용 판결과 관련해 조 장관은 “외교적 측면에서의 문제의 핵심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체제와 2018년 우리 대법원의 판결 사이의 불일치 문제를 어떻게 극복하고 해소하느냐에 있다”고 밝혔다.
이어 “양국 사법부 판결의 충돌로 이루어진 문제기 때문에 그 문제를 해결하는 외교적 해법은 지난한 과제일 수밖에 없고, 깊은 고민 끝에 나온 해법이 윤석열 정부가 지난해 3월에 내놓은 해법”이라며 “제3자 변제 해법이라고 거의 유일한 방안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집행 과정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에 봉착한다고 하더라도 그 해법을 기초로 문제를 풀어가고, 현실적인 문제들은 정부가 재단과 함께 피해자 여러분들을 일일이 찾아뵙고 상황을 설명드리고 이해를 구하면서 풀어가는 지혜를 찾아내는 노력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서희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신임 차관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인선 외교부 2차관, 조태열 장관, 김홍균 1차관. [연합] |
조 장관은 “장관으로서 맞닥뜨려야 할 도전의 무게가 출발선에 서 있는 지금, 제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며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대전환의 시기이기에 더욱 그렇다”고 밝혔다.
이어 “저 혼자만의 힘으로 헤쳐나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외교부 전 직원의 역량과 자원을 총동원해도 극복하기가 쉽지 않은 도전들”이라며 “온 국민이 하나가 되어야만 간신히 헤쳐나갈 수 있을 만큼 엄중하고도 복합적인 위기요소들이 우리 앞에 지뢰밭처럼 깔려 있다”고 말했다.
또한 “국회뿐만 아니라 언론도 국정의 중요한 동반자라고 생각한다”며 “장관직에서 물러나는 날 제법 언론을 가까이 한 장관이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