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고(故)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 성명 발표에서 봉준호 감독, 장항준 감독, 이원태 감독, 가수 윤종신, 배우 김의성, 최덕문 등 대중 문화예술인들이 참석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배우 고(故) 이선균 씨가 마약 투여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다 숨진 사건을 두고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경찰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다만 경찰은 내부에서 수사 정보가 유출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추가 조사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13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이씨 사건을 수사하던 인천경찰청은 수사 정보 유출 등과 관련한 별도 내부 조사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앞서 김희중 인천경찰청장은 지난해 12월28일 이 씨 사망 후 기자회견을 연 자리에서 “이 사건과 관련한 조사, 압수, 포렌식 등 모든 수사과정에서 변호인이 참여했고, 진술을 영상 녹화하는 등 적법 절차를 준수하며 수사를 진행했다”면서 “일부에서 제기한 경찰의 공개 출석 요구나 수사 상황 유출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인천청 발표가 공식 입장이고, 그 입장은 지금까지도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씨의 동료였던 봉준호 감독과 배우 김의성 씨, 가수 윤종신 씨 등 문화예술인들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 씨 사망 사건을 경찰과 언론에 의한 인격 살인으로 규정하고 철저한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서 봉 감독은 “고인의 수사에 관한 정보가 최초 유출된 때부터 극단적 선택이 있기까지 2개월여 동안 경찰의 보안에 한치의 문제가 없었는지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봉 감독은 이어 “고인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 감정에서 마약 음성 판정을 받은 뒤 나온 KBS 보도에는 다수의 수사 내용이 포함됐는데, 어떤 경위와 목적으로 제공됐는지 면밀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경찰이 고인의 3차례에 걸친 출석 정보를 공개한 점, 고인이 언론에 노출되지 않도록 대비하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은 점 등이 과연 적법한 범위 내의 행위인지 명확히 밝혀 달라”면서 “그래야 앞으로 제2, 제3의 희생자를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윤 씨는 이선균의 사생활이 담긴 녹음 파일을 공개한 KBS 보도를 거론하며 “혐의 사실과는 동떨어진 사적 대화를 보도한 KBS는 공영방송의 명예를 걸고 오로지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보도였다고 확신할 수 있느냐”며 기사 삭제를 요구했다.
그러면서 “대중문화예술인이 대중의 인기에 기반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용해 악의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소스를 흘리거나, 충분한 취재나 확인 절차 없이 이슈화에만 급급한 일부 유튜버를 포함한 황색 언론들, 이른바 '사이버 레커'의 행태에 대해 우리는 언제까지 침묵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연대회의는 정부와 국회에도 형사 사건 공개 금지와 인권 보호를 위해 관련 법령을 제·개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연대회의는 이를 '이선균 방지법'으로 명명하고, 향후 구체적인 법안 내용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선균 씨는 마약을 투약한 혐의로 지난해 10월부터 경찰 수사를 받다가 12월 27일 성북구의 한 주차장에 세워진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수사 과정에서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혀왔으며 사망 전날에는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의뢰했다.
그의 사망 이후 일각에서는 그의 마약 혐의와 관련성이 적은 사생활 폭로 식 언론 보도와 경찰의 공개 소환 등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