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집권 민주진보당의 라이칭더 총통 당선인(왼쪽)과 샤오메이친 부총통 당선인이 지난 13일 수도 타이베이에서 선거 승리 확정 후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AP] |
세계 각국의 주요 선거가 몰린 올해 첫 대선을 치른 대만의 선택으로 ‘미중 대리전’에서 미국이 승기를 잡았다. 국제정세와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를 고려할 때 전쟁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친미(親美)·반중(反中)’ 성향의 민주진보당(민진당) 라이칭더(賴淸德) 후보가 집권하면서 대만해협에서의 긴장 국면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15일 전문가들은 역내 중견국으로서 한국의 입장에 국제사회가 더욱 주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고, 특히 이번 대만 선거 결과에 따른 중국의 역내 입지가 ‘북중러’ 밀착 구도를 형성하려는 북한의 움직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윤석열 정부의 위기관리와 치밀한 메시지가 중요해졌다고 조언했다.
지난 13일 치러진 대만의 제16대 총통 선거에서 민주진보당(민진당)의 라이 총통·샤오메이친(蕭美琴) 부총통 후보가 40.05%(558만6000표)를 얻어 당선됐다. 민진당은 2000년 천수이볜(陳水扁) 총통의 당선으로 최초로 정권교체가 이뤄진 후 2016년 차이잉원(蔡英文) 총통 당선으로 두 번째 정권을 잡았고, 이번 선거 결과로는 처음으로 정권을 재창출했다.
라이 당선자가 취임하기 전까지 중국이 ‘양안 관계 설정’을 위한 언행이 있을 수 있지만,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중국이 ‘통일’을 위한 행동을 강행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국제관계연구실장은 “라이 당선자가 차이 총통보다 좀 더 반중 독립 지향적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전쟁으로 몰아갈 정도로 격하게 독립을 지향하지는 않는다”며 “중국도 미중 대립 구도 속에서 전쟁을 일으키면 대외 목표나 경제 발전의 측면에서 불리하기 때문에 라이칭더 집권으로 전쟁이 일어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과 교수는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 미국과 협조를 해야 하는 중국이 대만을 군사적으로 계속 압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 고 전망했다.
우리 외교부는 “대만 관련 기본 입장에는 변화가 없으며,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유지되고 양안 관계가 평화적으로 발전해 나가기를 기대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하나의 중국’을 언급하지 않고, 대만해협에서의 ‘일방적인 현상 변경 반대’를 언급하지 않으면서 수위를 조절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대만 현지에서 “당장 대만의 총통이 바뀌었다고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안 요소가 생기는 것은 확실하기에 과도하게 움직이려 하지 말고 거리를 두면서 대만해협에서의 안정과 평화의 중요성과 국제주의 원칙에 따른 일방적인 현상 변경 반대의 입장을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변수는 여전히 있다. 우선 오는 5월20일 라이 당선자 총통 취임식에 파견되는 미국 정부 대표단이 첫번째 탐색전이 될 전망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라이 당선자가 독립을 주장하는 인물이라고 해도 선거 과정에서 발언을 조심해 왔기 때문에 실제 정책 방향을 봐야 한다”라며 “총통 취임식에 낸시 펠로시와 같은 고위급이 가는 등 긴장을 조성할 여지는 남아있다”고 밝혔다. 미국 의전 서열 3위인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은 2022년 대만을 방문했고, 중국이 강하게 반발해 한 때 대만해협에서의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다.
한미일 3각 협력에 맞서 북중러 밀착구도를 형성하려는 북한이 중국과 관계 강화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박 실장은 “정세가 불안정해지고 미중 대립 구조가 격화되면 구조적으로 북중 관계가 강화되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북한이 중국 편에 서고 중국이 북한을 끌어안게 되면 우리로서는 북핵 문제 해결이나 남북관계 안정,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 해소의 측면으로 봤을 때 불리할 수 있는 구조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