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훈기 롯데케미칼 사장이 지난 2일 경기도 의왕사업장 ‘에이뷰(A VIEW)’ 쇼룸에서 친환경 스페셜티 소재를 둘러보고 있다. [롯데케미칼 제공] |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롯데케미칼의 파키스탄 법인 매각이 무산됐다. 현지 정치·경제 상황 악화 여파로 최종 매매계약이 미뤄지다가 끝내 계약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롯데케미칼은 파키스탄 소재 PTA(고순도테레프탈산) 생산·판매 자회사인 LCPL 매각을 위해 현지 기업인 럭키 코어 인더스트리와 체결한 계약이 해지됐다고 15일 밝혔다.
앞서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1월 LCPL 보유지분 75.01% 전량을 약 1924억원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바 있다.
다만 매각 절차는 파키스탄 내 정치·경제 상황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장기간 지연돼 왔다. 현지 업체는 당초 지난해로 예정돼 있던 주식공개매수 기한을 한 차례 연장했고 이달 11일인 예정 기한까지 넘기면서 공개인수의사를 최종 철회했다.
롯데케미칼이 2009년 약 147억원에 인수한 LCPL은 페트(PET), 도료, 불포화 수지 등의 원료로 사용되는 PTA를 생산하는 회사다. 연간 생산규모만 50만t으로 글로벌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2020년 하반기부터 울산공장 PTA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등 고부가 스페셜티 소재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비핵심 사업인 PTA 사업 정리를 추진해 왔으며 LCPL 매각도 그 일환이었다.
롯데케미칼은 당초 매각자금으로 기존 석유화학 제품 고부가화 추진과 스페셜티 사업 확대, 친환경 소재 사업군 진출 등에 투자할 계획이었다.
롯데케미칼 측은 “파키스탄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승인 등 일부 거래 선행조건이 장기간 지연됨에 따라 거래상대방이 주식매매계약서에 규정된 권리를 행사해 계약이 해지됐다”고 밝혔다.
향후 LCPL 매각을 재추진할지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롯데케미칼 측은 설명했다. LCPL가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는 만큼 당분간 운영을 이어가면서 상황을 살펴볼 것으로 점쳐진다. LCPL의 2022년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6347여억원, 1080여억원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LCPL 매각 불발로 롯데케미칼의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행보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아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변화되는 시장 환경에 맞춰 사업구조 개편과 체질 개선을 통한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를 차질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이훈기 롯데케미칼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고부가 스페셜티, 그린소재 등 신사업 비중 확대 ▷전지소재·수소에너지 사업 투자와 실행력 강화 ▷추가 미래사업 발굴 등을 방향성으로 제시하며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를 통해 육성·강화할 사업을 중심으로 전략 방향을 재정립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