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 |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같은 반 또래 학생을 때리고 모욕하는 등 지속적으로 괴롭힌 10대 여중생이 이례적으로 형사처벌을 받게 됐다. 학폭 사건은 소년보호 사건으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지만, 법원은 '죄질이 심각하다'고 판단했다. 더욱이 이 여중생의 어머니는 피해학생을 강제추행 혐의로 형사고소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전날 폭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중학생 김모 양(15)에 대해 징역 4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소년보호처분만으로는 교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학교폭력 사건은 통상 가정법원소년부 보호사건으로 심리가 이뤄진다. 하지만 이 사건은 이례적으로 관할 검찰청으로 송치돼 지방법원에서 재판이 진행됐다. 소년부 조사·심리 결과, 범행 동기와 죄질이 금고 이상 형사처분 필요성이 인정된 것으로 보인다.
김양은 서울 소재 중학교에서 2022년 6월~8월 같은 반에 재학 중인 동급생 A양에게 고의로 어깨를 부딪치는 이른바 ‘어깨빵’ 방식으로 5~6차례 폭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같은 해 9월에는 A양의 얼굴을 밀거나, 뒤통수를 아무 이유 없이 내리치기도 했다.
아울러 실습수업 중 ‘줄을 서달라’고 말하는 A양에게 짜증을 내면서 다른 친구들 앞에서 공공연하게 모욕한 혐의도 받는다.
김양은 학폭 관련 사실을 전부 부인했다. 하지만 법원은 김 양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김양이 다른 학생들과 무리지어 다니며 A양을 때리고 모욕적인 발언을 했다는 목격자들의 공통된 증언과 구체적이고 일관된 A양의 진술 등을 근거로 했다.
제판부는 "피고인에게는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사과할 기회가 주어졌지만, 자신에게 주어질 불이익 만을 두려워하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피해자를 비난하기 급급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김양의 어머니의 행위도 지적했다.
김양 어머니는 ‘자기 딸을 협박했다’며 학교폭력위원회 담당교사를 고발하고, A양을 강제추행 혐의로 형사고소까지 했다. 또 수사기관 및 동급생 학부모와의 대화에서 A양의 가정사와 정신건강 등을 비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정신병원에 입·퇴원을 반복하며 여러차례 자해와 자살 시도를 하는 등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며 "피고인의 태도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됐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 모친의 행위를 피고인의 책임으로 돌릴 수는 없겠으나 전혀 반성하지 않고 피해자를 비난하는 피고인 태도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의 주된 원인이 됐음을 부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양은 1심 판결에 불복해 15일 항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