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고한 소비시장에 조기 금리인하 기대 약화…미 증시 일제히 하락

뉴욕 증권거래소(NYSE)에서 17일(현지시간) 오후 한 트레이더가 시황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있다.[AFP]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가 시장의 예상보다 견고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조기에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약해지고 있다. 뉴욕증시는 17일(현지시간) 나스닥 지수를 중심으로 일제히 하락했다.

미 상무부가 이날 오전에 공개한 12월 소매판매지표는 전월 대비 0.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월스트리트저널(WSJ) 전망치(0.4% 상승)를 웃도는 수준이다. 소매판매 지표는 미 실물경제의 버팀목이자 종합적인 경제 건전성을 평가하는 척도로 꼽힌다. 소비가 강세인 것은 미국 경제가 여전히 강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미 국채금리도 상승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12월 중순 이후 최고치인 4.12%까지 올랐다.

소매판매 호조는 연준이 올해 예상보다 빠르게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실어줬다. 3월 연준 금리가 25bp(1bp=0.01%p) 인하될 것이라는 트레이더의 예상은 소매판매 발표 이전 60%에서 55%로 하락했다.

전날 Fed 내 대표적 매파로 꼽히는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도 브루킹스연구소 행사에서 “이번 사이클에서는 빨리 금리를 내릴 이유가 없다”고 시장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도 이날 CNBC에 출연해 “시장이 너무 앞서 나가고 있다”고 경계감을 표했다. 모건스탠리의 크리스 라킨 전무이사는 “Fed는 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메시지를 계속 강조해왔다”면서 “소매판매가 예상보다 강했던 만큼,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정책 기조를 바꿀 필요가 없다”고 평가했다.

금리 인하 기대감이 줄면서 이날 뉴욕증시는 하락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94.45포인트(0.25%) 하락한 3만7266.67로 거래를 마쳤다. 일주일 만에 최저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26.77포인트(0.56%) 하락한 4739.21로, 나스닥지수는 전장보다 88.72포인트(0.59%) 밀린 1만4855.62로 장을 마감했다. 다우지수는 3거래일 연속,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2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GAM 인베스트먼트의 찰스 헵워스 투자이사는 “글로벌 중앙은행의 조기 금리 인하에 대한 희망이 다소 낙관적이었던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날 발표된 연준의 베이지북도 회복력 있는 소비 지출이 최근 몇 주간 미국 경제를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진단했다. 연준은 “연휴 기간에 대부분의 관할 지역에서 소비자들이 기대에 부응했고 뉴욕을 포함한 3개 지역에서는 기대치를 상회해서 계절적인 안도감을 줬다”고 밝혔다.

베이지북은 또 대부분 지역에서 노동시장이 냉각되고 있다는 신호가 한 가지 이상 나타나고 있으며 절반 이상이 전반적인 고용수준에 변화가 거의 없거나 전혀 없었다고 진단했다. 그동안 연준은 노동시장 과열을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있는 주요 요인 중 하나로 지목해왔다.

베이지북은 미국 12개 연방준비은행(연은)이 관할 지역별로 은행과 기업, 전문가 등에 접촉해 최근 경제 동향을 수집한 경제동향보고서다.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개최되기 2주 전에 발표된다. 이번 달 FOMC는 30~31일 열린다. 이번 회의에서는 기준 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 그는 17일(현지시간)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차총회가 열리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CNBC방송과 인터뷰에서 “시장에서 예상하는 2024년 7차례 금리 인하는 어렵다고 본다. 시장이 너무 앞서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AFP]
지난해 12월 2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글렌데일에서 시민들이 글렌데일 갤러리아 쇼핑몰에 쇼핑을 하고 있다. [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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