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中 광물 즉각 배제 비현실적” 美 정부에 IRA 관련 ‘정책수정’ 요청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 건설 예정인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조감도 [현대차 제공]

한국 자동차와 배터리 업계가 미국 정부에 내년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관련해 애로사항을 전달하고, 핵심광물에 대한 일부 내용의 연기를 요청했다.

21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관보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지난 18일 미국 정부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특정 핵심광물의 경우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에서 외국우려기업(FEOC)을 즉각적으로 제거하는 것이 비현실적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현대차는 의견서를 통해 “중국이 2022년 전 세계 구형 흑연의 100%, 합성 흑연의 69%를 정제·생산했다”면서 “다른 국가들이 단기에 중국을 대체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한시적으로 원산지와 무관하게 배터리와 배터리 부품 제조에 사용할 수 있는 핵심광물의 명단을 도입하고, 흑연도 포함해달라”고 요청했다.

미국 정부의 IRA 전기차 보조금을 받으려면 배터리 부품은 올해부터,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광물은 2025년부터 FEOC에서 조달하면 안 된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세부규정안에서 FEOC를 사실상 중국에 있는 모든 기업으로 규정했다. 흑연 등 일부 품목은 실제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품목으로, 빠른 대체가 힘들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실제 이 규정이 시행되자 미국에서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차종은 지난해 말 43개에서 올해 19개로 줄었다. 현대차그룹은 단 한 개 차종도 보조금 지급 대상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현대차그룹은 특정 핵심광물이 차지하는 가치가 일정 금액보다 작을 경우 FEOC 규정에서 예외를 두는 ‘최소 허용 기준’을 도입해 줄 것을 제언했다. 최소 허용 기준으로 10%를 제시하고 배터리에 사용된 핵심광물 전체 가치의 10% 미만에 해당하는 핵심광물은 FEOC를 적용하지 않을 것을 제안한 것이다. 또 원산지 자체를 추적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 FEOC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 배터리 소재 명단을 신속히 발표해달라고 덧붙였다.

현대차그룹은 의견서에서 “규정안을 따르는 데 필요한 조정을 하려고 전념하고 있지만 현 시장 환경을 무시할 수 없고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공급망을 조정할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규정안이 시장 환경과 상관없이 즉각적인 변화를 강제한다면 현대차그룹은 최선의 노력에도 미국이 설정한 정책 목표를 따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배터리 3사와 한국배터리산업협회도 공급망 조정을 위한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SK온은 “중국산 흑연을 대체할 공급망을 구축하려면 최소 3∼4년이 걸리고 그렇게 하더라도 북미 수요를 전부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면서 “핵심광물에 대한 FEOC 규정 적용을 2027년 1월로 2년 유예해달라”고 호소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원료를 공급하는 업체들이 경쟁력에 중요하게 여기는 공급망 정보를 제공하려고 하지 않아 배터리 제조사가 원산지를 검증하는 게 매우 어렵다”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도 의견서를 함께 제출했다. 한국 정부는 “FEOC 규정을 기업들이 이해하기 쉽게 더 명확하게 해달라”면서 “기업들이 직면한 사업 현실과 기업들의 세계 배터리 공급망 다변화 계획을 고려해 기업들이 새 규정에 효과적으로 적응할 수 있게 하는 조치를 도입해달라”고 말했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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