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권을 외치고 있는 미국 시위자들 [AP] |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미국 연방 차원에서 광범위한 여성의 낙태권을 인정했지만 지난 2022년 ‘보수 우위’ 대법원의 손에 폐기된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이 나온 지 22일(현지시간)로 51주년을 맞았다.
이런 가운데 올해 11월 대선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관련 행사를 잇따라 갖고 미국 사회에서 뜨거운 논쟁적 주제인 낙태문제를 다시 본격적으로 쟁점화하고 나섰다.
지난 2022년 중간선거에서 낙태문제가 전면에 부상하며 민주당의 득표에 큰 도움이 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도 ‘어게인 2022’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백악관은 이날 연방 정부 차원에서 피임 및 낙태약, 긴급 낙태에 대한 접근을 보장등을 포함한 낙태권 관련 대책을 내놨다.
이번 대책에서 연방 정부는 무료 피임 기구에 대한 접근을 확대하기 위해 별도의 안내를 제공하고, 보험사에는 피임 혜택에 대한 교육이 이뤄지도록 요구하기로 했다.
응급상황에 처한 임산부가 필요한 경우 중절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보건당국이 지침을 발표하고, 응급상황에서도 중절을 제한하는 주법과 충돌할 경우 행정부의 견해에 대한 서한도 의료서비스 제공자에게 전달됐다고 한다.
보건 당국은 또 별도의 전담팀을 신설해 사실상 낙태를 금지한 미국 21개 주를 포함해 연방 차원의 모든 병원에서 긴급 낙태 시술을 실시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낙태권 성명에서 “오늘을 포함해 매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나는 극우 공화당의 위험한 의제에 맞서 여성의 선택권을 보호하기 위해 싸우고 있다”며 “여성의 선택권을 지지하는 대다수 미국인과 함께할 것이고 의회에는 연방법으로 로 판례에 따른 보호를 복원하는 것을 지속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후에는 관계 당국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낙태권 보장 대책 회의를 주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행사에서 “이번 일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공화당 의원들은 여성의 생명과 권리를 위협하는 추가적인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극우 보수들은 이미 20년 전 안전성이 입증된 낙태약의 접근도 제한하려 한다”며 “여성의 자유와 생명을 가지고 정치를 하는 것을 그만두고, 의사들이 그들의 일을 하도록 두라”고 지적했다.
이어 “모든 주에서 낙태권을 보호하는 연방법을 처리하라”며 “그때까지 나와 행정부는 대법원의 극단적 결정에서 여성을 보호하는 조치를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 부부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부부는 23일에는 버지니아에서 열리는 행사에 올해 처음으로 나란히 참석, 낙태권 보장 연설에 나설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워싱턴DC에서 여성 낙태권 보장 관련 태스크포스 회의를 주재했으며,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위스콘신주를 시작으로 낙태권 지지를 위한 투어에 돌입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 같은 움직임은 민주당이 확실한 정치적 우위를 제공하는 낙태 문제를 강조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의 일환”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에서 낙태 문제는 정치적 찬반이 명확히 나뉘는 소재지만, 지난 2022년 보수 우위의 대법원이 낙태권 폐기 판결을 내린 이후 여성과 중도층을 중심으로 ‘반(反) 공화’ 정서가 확산한 상황이다.
실제 대법원 판결 이후 치러진 2022년 11월 중간선거에서 당초 민주당을 상대로 압승을 거둘 것으로 예상됐던 공화당은 기대에 크게 밑도는 성적표를 받았다.
지난해 11월 실시된 카이저가족재단(KFF)의 여론 조사에 따르면, 공화당 유권자의 5분의1을 포함해 전체 유권자의 58%가 낙태 문제에 있어 공화당보다 민주당에 신뢰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