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너 윌리엄스(23). 현재 그녀는 사법체계 방해 등 9개 혐의로 8년6개월형에 처해졌다. [엑스(X·옛 트위터)] |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한 영국 여성이 아시아계 갱단에게 납치·성폭행 등을 당했다고 주장해 현지가 발칵 뒤집혔다. 그녀는 범인으로 여러 남성을 지목했다. 거론된 남성들은 분노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그런데, 경찰 조사에서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그녀의 말이 모두 거짓이었던 것이다. 즉, 모든 게 그녀의 '자작극'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그녀는 대체 이런 일을 벌인 것일까.
21일(현지시간) 뉴욕포스트는 열여섯 살때부터 성폭행과 인신매매를 당했다며 거짓 주장을 한 엘리너 윌리엄스(23)에 대한 내용을 다룬 BBC 다큐멘터리를 보도했다.
뉴욕포스트와 BBC 다큐멘터리 등에 따르면 윌리엄스는 지난 2020년 5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남성 여러 명에게 납치돼 성폭행, 인신매매 등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윌리엄스는 얼굴이 멍투성이가 된 자기 사진도 올렸다. 충격적인 내용의 이 게시물은 곧장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졌다. 여론은 분노했다. 누리꾼들은 그녀가 거론한 남성의 신상을 특정하는가 하면, 일부는 이들을 향해 살해 협박까지 했다.
이에 따라 일부는 사업체를 잃어야 했고, 사업가인 한 남성은 경찰에 체포된 뒤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하려고도 했다.
억울하게 기소된 다른 남성은 감옥에 73일간 갇히기도 했다. 그의 집에는 '성폭행범'이라는 문구가 크게 칠해지기도 했다.
"아시아계 갱단에게 당했다"고 주장한 그녀는 납치됐다고 한 장소의 건물 배치도까지 그리는 등 상세하게 설명했다. 그렇기에 경찰 또한 보다 진지하게 수사에 임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수사를 할수록 윌리엄스의 주장이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폐쇄회로(CC)TV 등에는 윌리엄스의 주장을 입증할 만한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 휴대전화 기록 또한 윌리엄스의 진술과 모순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윌리엄스가 거짓말을 했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곧 나왔다. 영국 랭커셔주의 프레스턴에서 찍힌 CCTV였다. 영상 속 윌리엄스는 자신이 용의자로 지목한 남성에게 먼저 다가갔다. 그에게 라이터를 빌린 뒤 잠시 대화를 나누고는 헤어졌다.
윌리엄스는 피의자가 됐다. 2020년 5월19일, 경찰은 윌리엄스의 자택을 찾아 그녀를 체포했다.
윌리엄스는 여전히 거짓말을 이어갔다. 협박 도구로 쓰였다는 망치를 증거로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감식 결과 망치에서는 윌리엄스의 DNA만 나왔다. 얼굴의 멍 등 부상도 자해 흔적으로 확인됐다.
형사들은 윌리엄스가 왜 거짓말을 이어갔는지 마음을 파악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윌리엄스의 신문을 맡았던 형사는 "그녀는 정말 문제가 많은 소녀임이 분명했고, 그런 점에서 큰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빨리 알아내지 못했다면 윌리엄스의 거짓말은 더욱 커졌을 것"이라며 "윌리엄스의 행동으로 인해 실제 성범죄 피해자들이 신고를 꺼리게 될 위험도 있다"고 했다.
현재 윌리엄스는 사법체계 방해 등 9개 혐의로 8년6개월형에 처해진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