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 한국증시 버핏 눈엔 ‘과열’

새해부터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한국 증시가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의 기준에선 여전히 ‘과열’ 상태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피·코스닥 시장에 대한 ‘버핏지수(Buffett indicator)’가 과열 상태에 놓여있다 평가할 수 있는 120%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특히, 작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던 이후 3년 만에 최악의 수준을 기록한 것도 버핏지수가 ‘과열’ 상태에 머무는 데 한 몫 했다. 다만, 미국·일본 증시의 경우 버핏지수가 한국보다 크게 웃도는 수준임에도 경제 성장과 산업 혁신, 주주 가치 제고 등을 토대로 연일 ‘최고치’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증시가 교훈을 얻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韓 증시 버핏지수 121.2%…120% 이상이면 ‘과열’=2일 헤럴드경제는 2012년 이후 전날까지 한국 증시의 일간 버핏지수를 도출, 분석한 결과 전날 종가 기준 국내 버핏지수는 121.2%였다.

버핏지수는 실질 GDP 대비 시가총액의 비율로 도출한다. 통상 버핏지수가 120%가 넘으면 ‘과열’ 상황으로 판단하고 70~80% 수준이면 ‘저평가’, 100%를 넘으면 ‘거품’이 끼기 시작한 것으로 본다.

국내 증시에 대한 버핏지수 ‘과열’ 양상이 고착화된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난해 한국의 경제 ‘저성장’ 여파가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한국은행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실질 GDP는 1995조6209억원으로 전년 대비 1.4% 성장하는 데 그쳤다. 코로나19 팬데믹 탓에 성장률 -0.7%를 기록하며 ‘역성장’을 했던 2020년 이후 3년 만에 최악의 수치다.

더 눈길을 끄는 지점은 작년 2%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일본에게 GDP 성장률이 역전 당할 것이 확실시 된다는 점이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였던 1998년 이후 25년 만의 일이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고위관계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피벗(pivot, 금리 인하)을 앞둔 가운데 투심이 위험 자산을 향하고 있는 현 시점에선 경제 성장를 위한 노력이 한국 증시에 씌워진 ‘과열’ 딱지를 떼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나 IMF 등이 한국 경제 성장률을 올해보다 더 높게 예상한 점은 희망적 요소”라고 평가했다.

▶버핏지수 176.27% 美·155.12% 日 ‘최고치’ 랠리…“주주가치 제고 要”

=버핏지수 상으로 ‘과열’ 상태에 놓인 한국 증시가 추가 상승할 수 있는 방안을 미국과 일본의 사례에서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26일(현지시간) 종가 기준 미 증시 일간 버핏지수는 176.27%로 ‘극도의 과열’ 상태에 놓여 있다. 최근 1년간 기록했던 최저치(2023년 3월 13일)도 144.23%에 이른다. 이런 가운데서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지난 1년간 22.65%나 상승했고, 29일(현지시간) 종가 기준으론 4927.93포인트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 기록을 경신했다. 같은 날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도 3만8333.45포인트로 3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세웠다.

일본 증시도 연초 축제 분위기다. 전날 종가 기준 일단 버핏지수는 155.12%로 ‘극도의 과열’ 상태다. 작년 1월부터 버핏지수가 ‘과열’ 단계인 120%를 넘었지만, 닛케이(NIKKEI)225지수는 최근 1년간 31.33%나 올랐다. 지난 22일엔 3만6546.95포인트로 ‘버블(거품) 경제’ 이후 34년 만에 최고치를 찍기도 했다.

국내 증권가에선 금융당국이 천명한 ‘자본시장 개선안’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미 주가 부양이란 결과물을 내놓은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의 증시 부양책과 일맥상통한다는 점에서다.

다만, 지난해 워낙 저점을 찍었던 탓에 올해 GDP 성장률엔 ‘기저효과’가 있을 수밖에 없는 만큼 ‘순수출’의 증가폭이 경기 회복은 물론, 국내 증시 가치 제고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지적도 있다. 신중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국내 시총 상위 기업들의 이익은 수출과 직결되는데, 미중 패권 경쟁 등 지정학적 문제 등으로 올해 흐름이 작년보다 확연히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 보이는 점이 리스크”라며 “AI 열풍을 타고 반도체 경기가 되살아난다고 하지만 저점에서 기존 수준까지 회복되는 것일 뿐, 새롭게 경제 규모를 키우는 수준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동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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