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멍멍개” 북한女, 달라졌다?…평양女 3명중 1명 30세 넘어 결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1년 만에 열린 전국어머니대회에 직접 참석해 개회사를 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지난 3일 평양에서 개막한 제5차 전국어머니대회에 참석했다고 4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북한 여성들의 혼인 연령대가 점차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일부가 6일 공개한 '북한 경제·사회 실태 보고서'에 실린 탈북민 심층면접 결과는 북한에서 여성의 장마당 참여가 증가하고 가정 내 지위가 상승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16~2020년 북한을 떠난 탈북민들은 시장 활동이 가정 내 여성 지위에 미친 영향에 관해 30.0%가 남편과 위상이 동등해졌거나 남편보다 높아졌다고 응답했고, 45.9%는 위상이 다소 높아졌다고 봤다.

탈북민들은 북한 내에서도 이러한 세태 변화를 두고 남편이 하찮거나 쓸모없는 존재인 '멍멍개', '낮전등'으로 비하당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1년 만에 열린 전국어머니대회에 직접 참석해 개회사를 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지난 3일 평양에서 개막한 제5차 전국어머니대회에 참석했다고 4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

북한 여성들의 결혼 연령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상승하고 있다. 탈북민 여성들의 결혼 당시 연령은 2000년 이전 탈북민이 평균 24.7세, 2016~220년 탈북민이 평균 26.2세로 올라갔다. 또한 30세 이상에 혼인했다는 비율이 2000년 이전 1.9%에서 2016~2020년에 17.5%로 급증했다.

같은 조사에서 평양 출신은 전 기간에 걸쳐 30세 이상에 혼인한 비율이 34.0%에 달했다. 전체 응답자의 81.8%가 여성이므로 전체적인 혼인 연령 상승은 주로 여성의 결혼 연령 변화에 기인한 것으로 통일부는 추정했다.

통일부는 "가정 경제 책임이 여성에게 과도하게 지워지는 상황에서 북한 여성은 결혼을 가능하면 늦게 하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달라진 세태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정권은 '전통적 여성상'을 되레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여성들이 자녀들을 사회주의 교육교양으로 키워내고 고상한 문화도덕적 풍모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하는가 하면, 일상에서 여성들이 '조선옷'을 착용하라고 독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8년 탈북한 B씨는 "청바지 같은 거 바짝 붙은 거 입고 다니면 옷태 단속에 걸려 벌금 물고 그래요. 바지를 찢거나 자르기도 하고요. 내가 단속에 걸렸잖아요. 여성들이 대체로 많이 걸려요"라고 증언했다.

통일부는 보고서에서 "여성에게 조선옷 착용을 강조하는 것 등은 전통적인 여성상으로 회귀를 위한 조처"라며 "종합시장에서 경제활동에 나선 여성들이 과거와 같은 전통적인 모습이 아니고 현대적이고 적극적인 행동을 수행하는 경향을 북한당국이 경계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전통적 여성상이 남아있는 북한 사회에서 이혼은 강한 사회적 낙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당국은 이혼을 '자본주의 사회의 병폐'로 간주한다. 가정의 붕괴는 사회주의 체제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탈북민들에 따르면 당·정·군의 엘리트 집단은 이혼하면 건설현장으로 좌천되는 등 인사상 불이익을 당한다. 자녀들 역시 연좌제를 당한다.

"(부모가) 이혼하면 대학 진학 때 김일성대학을 못 가고 김책공대 이런 곳에 가야 한다"(2019년 탈북 C씨), "엄마가 이혼한 여자애에게 좋은 (혼사) 자리가 났는데 엄마가 이혼했다고 혼사 길이 막혔다(2019년 탈북 D씨)" 등이 비교적 최근 탈북자들이 밝힌 내용이다.

통일부는 보고서에서 "북한에서 이혼이 사회문화적으로 여전히 부정적으로 인식될뿐더러 특히 여성의 이혼은 남성보다 더욱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고 설명했다.

전체 남녀 응답자의 각각 15.2%와 28.7%가 이혼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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