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가진 KBS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 녹화를 마친 뒤 박장범 KBS 앵커에게 집무실 책상에 놓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선물인 '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명패를 소개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7일 한중 관계에 대해 “대한민국과 중국 간의 기본적인 각각의 국정 기조, 대외관계 기조는 다르지 않다”며 전향적인 입장을 밝혔다.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서는 바텀업(bottom-up·상향식) 방식으로의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윤 대통령은 이날 KBS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올해 방한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인도네시아에서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할 때는 시 주석과 양자회담을 했고, 지난해 인도에서 열린 G20에선 리창 중국 총리와 양자회담을 했는데 두 분 다 자유무역주의와 다자주의를 존중한다고 얘기하셨고 저 역시도 그런 자유무역주의와 다자주의를 존중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자유무역주의나 다자주의는 기본적으로 규범에 입각한 국제질서의 바탕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한중 관계에서 중요시하는 상호존중, 규범에 입각한 국제질서 그리고 공동의 번영과 전부 토대를 같이 하는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지금 한중의 교역관계에서도 특별히 문제되는 것이 없다”며 “요소수 사태 같은 것은 있었지만 빠른 시간 내에 관리가 되고 있고, 한중 관계에서 우려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KBS와 특별대담을 하고 있다. [연합] |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서는 “북이 핵을 포기하든 안 하든 정상회담은 할 수 있다”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인도적 협력 관계가 필요하고, 탑다운(top-down·하향식) 방식으로 해선 곤란하고 바텀업(bottom-up·상향식) 방식으로 준비를 해놓아야 한다”는 조건을 밝혔다.
이어 “양국의 실무자들 간의 교류와 논의가 진행되면서 의제도 만들어 놓고 결과를 준비해 놓고 정상회담을 해야 하는 것이지, 그냥 남북정상회담 추진한다고 해서 끌고 나가는 것은 결국 아무런 결론과 소득 없이 보여주기 하는 것에 끝날 수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다만 윤 대통령은 “보여주기식 외교나 정치 일정은 안 하겠다고 말씀드렸다”고 전제하면서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세 분의 대통령께서 노력하셨지만 조금 더 단단한 실무자들의 교류와 논의가 뒷받침됐더라면 더 낫지 않았겠나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걸 거부하지 않는다면 저희는 양측의 실무자들 간의 소통과 논의가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관계를 동족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로 규정한 것과 관련해 “국가안보 책임지는 대통령으로서는 북한 주장에 따라 판단하기보다 다양한 팩트를 정확히 파악하고 분석해서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위한 대책 마련이 우선이지 북한이 펴는 주장에 좌우될 문제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단일민족이든 두 개의 국가이든 간에 대한민국을 70여년 이상 공산주의로 적화를 시키려고 한 것은 변함이 없는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서 재래식 무기를 개발하다가 힘에 부치니까 핵을 개발하고 고도화해서 우리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북한의 주장보다 북한의 군사력과 경제상황, 과학기술 역량 등을 면밀하게 분석해서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북한을 최근 ‘비이성적 집단’이라고 표현한 것과 관련해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국가라고 하면 저렇게 핵 개발을 위해서 경제를 파탄 내면서까지 해선 안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이 완전히 핵을 포기하지 않더라도 핵 고도화 노선에서 변경하고 포기 의사를 보인다든지, 포기를 위한 실행의 착수만 한다고 하더라도 담대한 전략적 지원을 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주민들을 위해 경제를 살려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핵을 접고 개방하고 투자를 받아야 하지 않겠나”라며 “저는 국가를 경영하는 정치집단으로서 저건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게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합리적이고 이성적이지 않은 세력들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안보위협이나 도발을 가할 때도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만 가지고 우리가 준비해선 안 되고 불합리하고 비이성적인 결론을 낼 수 있는 세력이란 걸 전제해서 우리 안보를 튼튼하게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독자적 핵무장론에 대해 “지금 핵을 개발한다면 북한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경제제재를 받게 되고, 우리 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현실적이지 못한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핵개발 역량을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역량에 비춰 마음만 먹으면 시일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라면서도 “국가운영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NPT(핵확산금지조약)의 철저한 준수가 국익에 더 부합된다”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가진 KBS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 녹화를 마친 뒤 박장범 KBS 앵커에게 집무실 복도에 걸린 정상외교, 국정활동, 가족 사진 등을 소개하고 있다. [연합] |
윤 대통령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 대해 “가장 많이 만난 정상이고, 아주 정직하고 성실한 정치인이란 인상 받았고 매사에 진정성 있는 정치인이라고 보고 있다”며 “둘 사이에서 합의나 약속을 하게 되면 그걸 반드시 지키는 그런 지도자라고 저는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대법원에서 강제징용 배상판결이 잇따르는 것과 관련해 “사법부의 최종심 판결”이라며 “징용 배상문제가 1, 2심 전부 원고 청구 기각됐다가 대법원에서 인용이 됐고, 재상고심에서 확정됐기 때문에 판결은 계속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일관계 정상화를 바라는 양국의 많은 기업인들이 여기에 많이 협조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과거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도 이것을 배상으로 가는 건 맞지 않다고 해서 우리가 6700억정도 정부 예산을 마련해서 보상을 해줬다”며 “과연 배상판결이 맞는 것이냐, 안 맞는 것이냐는 더 이상 지금 논란할 필요가 없는 사법부 최종심에서 나온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문제는 앞으로 어떻게 풀어갈 것이냐이고, 이미 앞으로 판결이 선고되는 것과 상관없이 한일관계는 이제 복원이 됐고 미래를 향해서 나아가는 중”이라고 했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될 가능성에 대한 대비를 묻자 윤 대통령은 "동맹국의 선거 문제에 대해서 대통령으로서 선거 결과를 예측하거나 언급하는 건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전제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저는 그동안 백악관뿐만 아니고 미 의회, 민주당, 공화당 양당과 상하원 많은 의원들과도 만나고 용산 대통령실에 초청도 하고 만났다"며 "여야가 따로 없이 미국의 대외 기조에 대해선 제가 볼 때는 큰 변화,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느꼈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은 임기가 끝나며 바뀌어도 의회는 바뀌지 않고 상원은 오래 한다"는 미 상원의원단의 발언을 소개하며 “미국의 대외정책 기조가 왔다갔다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생각되고, 한미 관계는 동맹을 강화하고 동맹을 업그레이드 하냐 마냐이지 크게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가진 KBS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 녹화를 마친 뒤 박장범 KBS 앵커에게 지난해 7월 폴란드 공식 방문 선물 교환식에서 두다 폴란드 대통령에게 받은 코페르니쿠스 천문학 저서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를 소개하고 있다. [연합]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하마스의 이스라엘 전쟁 등 중동과 유럽에서 ‘두 개의 전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경제안보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과거 자유무역 체제는 기업에 맡겨 놓으면 글로벌 마켓에 가서 자유무역 시스템에 따라서 활동을 하면 되는데, 지금은 분위기가 바뀌었기 때문에 국가 대 국가로서 정부가 나서고, 정상이 나서야만 큰 딜이 성사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부터 전 세계 글로벌 안보가 위태로워지면서 공급망의, 해상 수송로의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각각의 단일 국가들이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 아니고 국제 협력을 통해서 풀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급망 문제도 국제 협력을 통해서 대체공급망 확보 등을 통해 리스크를 만들어 내는 일을 원천차단 할 수 있기 때문에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며 “대통령실에 경제안보비서관실을 안보실 3차장으로 격상을 시켜서 공급망, 사이버안보, 첨단과학기술안보 등을 전부 관장하도록 만들고 경제안보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부여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