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우리나라 상위 20% 대학교의 졸업생이 하위 20%보다 최대 50% 많은 임금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임금격차는 입시경쟁과 저출생·지역 불균형 등 사회적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고영선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연구부원장)은 27일 ‘KDI 포커스: 더 많은 대기업 일자리가 필요하다’에서 이같이 밝혔다.
고영선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연구부원장) [KDI] |
KDI 연구에 따르면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대기업(250인 이상)이 전체 일자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4%로 OECD 32개국 중 최하위를 차지했다.
통계청 조사에서 300인 이상 사업체의 일자리 비중은 2021년 기준 전체 종사자의 13.8%, 임근근로자의 18.4%로 집계됐다. 반면 10인 미만 사업체의 일자리 비중은 전체 종사자의 45.6%, 임금근로자의 30.7%에 달했다.
사업체 규모별로 임금 격차도 컸다. 2022년 5~9인 사업체의 임금은 300인 이상 사업체의 54%에 불과했다. 100~299인 사업체의 임금은 71% 수준이었다.
연구는 입시경쟁 역시 대기업 일자리가 부족하면서 나타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상위권과 하위권 대학 졸업생 간의 임금 격차가 크기 때문에 대학 입시경쟁도 치열하다는 것이다.
연구는 4년제 일반 대학을 수능성적에 따라 5개 분위로 구분한 후 1분위(하위 20%)부터 5분위(상위 20%) 대학 졸업생의 평균임금을 연령대별로 계산했다.
이에 따르면 1분위 대비 5분위의 임금 프리미엄은 20대 후반(25~29세)에 25%, 30대 초반(30~34세)에 34%, 30대 후반(35~39세)에 46%로 점차 늘었다.
40대 초반(40~44세)에는 51%로 가장 높았다. 1분위가 평균 임금 5000만원을 받을 때 5분위는 약 1.5배인 7500만원을 받는다는 의미다. 이후 은퇴 시기와 맞물리면서 45~49세 33%, 50~54세 10%, 55~59세 1%로 낮아졌다.
연구는 “상위권 대학 졸업자들은 임금뿐 아니라 정규직 취업, 대기업 취업, 장기근속 등에서도 유리한 것으로 나타난다”면서 “정부가 아무리 노력을 해도 사교육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결국 좋은 일자리의 부족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연구는 중소기업에서는 출산 전후휴가, 육아휴직 등 제도를 제대로 활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저출생도 대기업 일자리의 부족과 관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고 부원장은 “수도권 집중 현상도 결국 비수도권에 대기업 일자리가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라고도 밝혔다.
회귀분석 결과 시도 단위에서도 사업체 규모가 클수록 노동생산성이 높은 경향이 나타났다. 이 때문에 더 많은 대기업 일자리가 필요하며 정부도 기업의 규모화(스케일 업)를 저해하는 정책 요인을 파악해야 한다고 연구는 제언했다.
‘피터팬 신드롬’을 키울 수 있는 중소기업 지원정책 등의 효과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게 KDI의 지적이다. 중소기업 적합 업종제도,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 등의 정책과 대기업 경제력 집중 관련 정책도 재검토할 때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