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으로 세상 치유한 레게 전설의 이야기 ‘밥 말리: 원 러브’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음악은 메세지 같은 거야. 음악과 메시지는 뗄래야 뗄 수 없어.”

미국 빌보드 톱200 리스트에 무려 822주간 머문 전설적인 곡이 있다. 바로 자메이카 출신 레게 뮤지션 밥 말리의 ‘레전드’다. ‘레전드’는 빌보드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 차트인 하며 그야말로 레전드가 됐다.

레게 음악의 대부라고 불리는 말리는 한 시대를 풍미한 ‘아이콘’이었다. 단순히 음악의 기록적인 인기나 여전히 회자되고 있는 많은 명곡 때문 만은 아니다.

그는 음악에 메시지를 담았다. 주로 자신이 염원하는 평화와 화합의 메시지였다. 극단의 분열 상태에 이르렀던 자메이카의 과거 정치사에선 그야말로 목숨을 건 행보나 다름없었다.

실제로 말리는 반대 세력의 암살 타깃이 되곤 했다. 말리는 자메이카가 폭동으로 인해 비상사태가 선포된 해에 평화 콘서트를 준비하다 자택에 침입한 괴한에 의해 총상을 입었다. 그의 가족과 매니저도 피해를 입었다. 그럼에도 말리는 붕대로 감은 채 평화 콘서트 무대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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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는 한동안 영국으로 피신해 있었지만 소신이 담긴 음악 행보를 멈추지 않았다. 평화에 대한 그의 염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바로 지난 1978년 4월 자메이카에서 열린 ‘원 러브 피스 콘서트’다. 말리는 콘서트 후반부에 자메이카의 총리였던 마이클 맨리(인민민족당)와 에드워드 시가 노동당 총재를 초대해 삼자 악수를 했다. 그러곤 관중을 향해 “사랑, 번영”을 크게 외쳤다. 맨리와 시가는 당시 강대강 대치를 벌이는 정적 관계였다. 당시 정치 건달들이 반대 세력을 상대로 총탄을 퍼붓는 상황에서 말리는 평화를 전파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영화 ‘밥 말리: 원 러브’는 이같은 말리의 평화를 염원하는 일생을 담은 작품이다. ‘킹 리차드’로 아카데미, 골든글로브 등 각종 영화제에서 수상한 레이날도 마커스 그린 감독의 신작이다.

말리의 부인과 자녀들이 영화 제작에 참여하고, 할리우드 톱스타이자 프로듀서로 활약하고 있는 브래드 피트가 작품의 총괄 프로듀서로 힘을 더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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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그의 전 일생을 자세히 다루기보다 그의 전성기에 집중한다. 불우했던 어린 시절도 나오지만 과거를 짧게 회상하는 방식이다. 그가 36살에 암으로 숨을 거둔 말년도 간략하게 나온다. 대신 영화는 ‘노 우먼, 노 크라이’, ‘엑소더스’ 등 그의 주옥 같은 명곡들을 들려주며 귀를 즐겁게 한다.

말리로 분한 영국 배우 킹슬리 벤어디어는 머리를 여러 가닥으로 땋은 드래그독스 헤어 스타일과 자메이카식 영어 말투는 물론, 말리 만의 특유한 제스처로 실제 말리와 흡사한 모습을 보여준다.

다만 영화가 ‘보헤미안 랩소디’와 같은 다른 음악 영화들처럼 명곡들을 깊이 다루기 보단 스치듯 짧게 다루고, ‘원 러브 피스 콘서트’를 비롯한 주요 장면을 직접 연출하기보다 실제 공연 장면으로 갈음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13일 개봉. 107분.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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