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시간) 베트남 호찌민 인민법원에서 반 틴 팟 홀딩스의 쯔엉 미 란 회장이 재판에 임하고 있다. [EPA=연합]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베트남에서 범행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3% 이상에 달하는 초대형 금융사기 사건의 간 큰 주범이 결국 사형 선고를 받았다.

11일(현지시간) AP·로이터 통신과 현지 매체 VN익스프레스 등에 따르면 호찌민 인민법원은 이날 부동산 개발업체 반 틴 팟 홀딩스의 쯔엉 미란(68) 회장에 대해 횡령·뇌물 공여·은행 규정 위반 등 유죄를 인정하고 사형을 선고했다.

앞서 란 회장은 측근과 공모해 2012~2022년 사이공상업은행(SCB)에서 304조동(약 16조7000억원)의 금액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사형을 구형 받았다.

이는 2022년 기준 베트남 GDP의 3%가 넘는 양이었다.

재판부는 란 회장이 장 기간에 걸쳐 계획을 짜고, 조직적인 범죄를 저질러 지금과 같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란 회장은 대리인 수십 명 명의로 SCB 지분 91.5%를 사실상 소유했다.

그는 자기가 세운 페이퍼컴퍼니 1000여개를 이용해 허위 대출 신청을 이어갔고, 이를 통해 은행의 돈을 차곡차곡 빼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란 회장은 범행 은폐를 위해 부하들을 시켜 은행 감독 책임자에게 520만 달러(약 71억원)를 제공하는 등 뇌물도 뿌렸다.

이번 일로 SCB는 이자 등을 고려하면 약 677조동(약 37조1000억원) 규모의 피해를 입었다.

란 회장은 2022년 10월에 체포됐다. 그의 천문학적인 범행 규모가 밝혀진 후 베트남 전체가 발칵 뒤집혔다.

란 회장 가족은 그가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현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는 평소 '잘 나가던' 란 회장과 체포 직후 란 회장의 사진이 돌고 있다. 고급스러운 장신구로 꾸민 란 회장이 체포 직후에는 동일 인물로 보기 힘들 만큼 초라해진 모습을 보이며 "횡령꾼의 최후"라는 조롱도 도는 모습이다.

현재 베트남은 부패 척결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후 전방위로 관련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