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푸드] 10년 전에도…지금도…빵집 인기 1위는 ‘단팥빵’

[쿠팡 캡처]

[쿠팡 캡처]

“단팥빵이요? 스타벅스에서 시즌에 나오는 메뉴를 몇 번 먹다가 다시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주문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신메뉴도 충분히 맛있지만, 결국 익숙한 맛을 찾게 되더라고요.”

최근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서울 백화점의 한 베이커리점에서 30대 여성 서모 씨는 이같이 말했다. 매장에 진열된 소금빵을 구경하던 50대 남성 한모 씨는 “빵집을 가면 일단 단팥빵을 사고, 새로운 빵을 둘러본다”며 “우유와 함께 먹는 단팥빵은 질리지 않는다”고 했다.

새로운 빵이 쏟아지고 있지만, 국내 빵집의 베스트셀러는 예상 외로 예전부터 있었던 익숙한 빵이다.

헤럴드경제가 국내 대표 베이커리점인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 자료를 살펴본 결과, 지난해 가장 높은 판매량을 보인 ‘TOP 4’ 품목에는 단팥빵과 소보로빵이 공통적으로 포함됐다. 더 흥미로운 점은 이런 순위가 10년 전에도 같았다는 것이다.

파리바게뜨의 지난해 판매량 순위는 단팥빵, 소보로빵, 정통우유식빵 순이다. 지난 2013년에는 단팥빵, 소보로빵, 슈크림빵 순이었다. 단팔빵과 소보로빵이 1·2위를 차지했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단팥빵과 소보로빵이 평범해 보일 수 있으나, 어릴적 먹었던 추억이 담겨 있고 ‘아는 맛’이 주는 친근함이 크다”고 인기 비결을 분석했다.

뚜레쥬르의 2013년 판매량 순위도 단팥빵, 소보로빵, 슈크림빵, 피자빵 순이다. 지난해에는 단팥빵, 소금빵, 피자빵, 소보로빵 순으로 비슷했다.

뚜레쥬르 관계자는 “부동의 베스트셀러는 단연 단팥빵”이라며 “20세기 초 여러 빵집이 생기며 단팥빵이 인기를 얻기 시작했는데, 비교적 부담 없는 가격으로 든든하고 달콤하게 즐길 수 있어 대표 메뉴가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순위에는 소금빵이 2위에 오르긴 했으나, 단팥빵과 소보로빵은 여전히 상위권이다. 이 관계자는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대중적인 맛으로 지금까지 지속적인 선택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제과명장(국가가 인정한 제과분야 명장) 7호인 안창현 ‘안스 베이커리’대표는 “10년이 아니라 20년, 30년 전 인기 순위에 단팥빵이 있다면 결과는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단팥빵과 소보로빵은 베이커리점에서 매일 만드는 가장 기본 품목인 동시에 한국인의 입맛에 가장 친숙한 빵”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과 달리 한·중·일 국가에선 팥을 이용한 디저트가 발달했다”고 설명했다. 팥은 아시아가 원산지다. 팥앙금을 이용한 떡과 붕어빵, 팥빙수 등 간식도 많다.

그렇다고 단팥빵과 소보로빵이 옛 모습만 고집하는 건 아니다. 안창현 대표는 “주로 중년층이 많이 사가지만, 최근 유행하는 약과처럼 단팥빵과 소보로빵을 찾는 젊은 층도 늘어났다”며 “팥과 버터가 결합된 ‘앙 버터’, 생크림이 들어간 팥빵·소보로빵 등 트렌디하게 변주된 빵들도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뚜레쥬르 관계자는 “베이커리 트렌드에 맞춰 견과류나 크림을 첨가하는 등 다양한 레시피로 진화한 것도 인기 요인”이라고 말했다.

사실 단팥빵과 소보로빵은 우리나라 전통빵이 아닌, 일본에서 건너왔다. 제빵 기술도 마찬가지다. 안 대표는 “단팥빵은 일본 도쿄 긴자의 오래된 빵집에서 개발한 것이며, 소보로빵은 일본 메론빵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일본에는 소보로빵이 없는 대신 메론빵이 있다. 그는 “바삭한 비스킷 토핑은 둘다 동일하지만, 소보로빵에만 베이킹파우더·베이킹소다가 들어가기 때문에 메론빵과 달리 비스킷 외형이 갈라져 있다”고 설명했다.

베이커리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빵 기술의 놀라운 발전으로 맛있고 새로운 빵들이 개발되고 있으나, 어릴 적 추억의 과자들이 현재도 베스트셀러 자리를 차지하듯, 단팥빵과 소보로빵 또한 한국인이 즐겨 찾는 인기 품목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육성연 기자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