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증거인멸·취재거부까지…김호중 ‘괘씸죄’ 여론 속 구속 위기[취재메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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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는 트로트 가수 김호중이 지난 21일 오후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조사를 마친 뒤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음주 뺑소니’ 의혹을 받는 가수 김호중(33)씨에 대해 경찰이 구속 영장을 신청하면서 수사 당국이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김씨는 현재 뒤늦은 음주 사실 시인, 소속사의 조직적 증거 인멸, 출석 일정 관련 거짓 대응을 해온 점 등으로 인해 ‘괘씸죄’ 여론이 더해진 상태다. 이에 대응해 수사 당국 역시 처벌 수위를 높일 가능성도 적지 않다.

22일 서울 강남경찰서는 이날 오전 김씨와 이광득 생각엔터테인먼트 대표, 본부장 전모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김씨에겐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법률상 도주치상 및 위험운전치상 혐의가 적용됐다. 이 대표에게는 범인도피교사 혐의가, 전씨에겐 증거인멸 등 혐의가 각각 적용했다.

이는 앞서 김씨의 수사 협조 상황을 일단 지켜보겠다던 수사 당국 입장과는 사뭇 달라진 강경 대응이다.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은 지난 20일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김호중씨가 입장문을 내 수사에 협조를 하겠다고 했다”며 “그것을 토대로 수사에 협조해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로부터 사흘 만에 구속영장 신청이 이뤄진 것이다.

범행 부인, 증거 인멸…‘괘씸죄’ 김호중 대응 수위 높이는 수사 당국
‘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는 트로트 가수 김호중이 지난 21일 경찰 조사를 마친 뒤 귀가하고 있다. [연합]

혐의 사실을 뒤늦게 인정한 김씨가 경찰 조사에도 불성실하게 임해온 과정은 처벌 수위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검찰도 사고 후에 추가 음주를 통해 음주운전 사고 혐의를 지우려 시도하는 행위를 가중 처벌하는 이른바 ‘김호중 방지법’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등 수사 당국 기류는 이미 단호하게 돌아선 상태다.

김씨는 당초 음주 사실 자체를 부인하다 뒤늦게 음주 정황이 드러나자 시인했다. 사건 당일로 거슬러 올라가면 김씨는 지난 9일 오후 11시 40분께 서울 압구정동의 한 도로에서 택시를 들이받은 뒤 달아났다가, 17시간이 지난 이튿날 오후 4시30분께 경찰에 출석했다. 이 사이 경찰은 김씨에게 수차례 출석을 요구했으나 응하지 않았다.

사고 시점과 첫 출석 사이의 17시간 공백은 경찰이 김씨 음주 혐의 입증을 어렵게 만든 결정적 요인이다. 만취 수준인 혈중알코올농도 운전자에 대해 음주 측정은 약 7시간까지만 가능하다.

김씨는 당시 음주 자체를 하지 않았다고 부인했으나 경찰 조사에선 음주 정황이 잇따라 드러났다. 김씨는 사고 당일 강남의 한 스크린 골프장에서 소속자 대표, 가수들과 맥주를 주문했다. 이후 유명 개그맨들과 저녁 식사를 하러 식당에 들어서도 소주 7병과 맥주 3명을 마신 뒤 유흥주점에 들렀다가 귀가하던 중 사고를 냈다.

경찰 조사 과정에선 김씨가 범행 후 달아나 호텔에 머물며 편의점에서 캔맥주를 산 정황도 발견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김씨가 사고 전이 아니라 사고 후에 술을 마신 것처럼 속이기 위해 고의로 추가 음주를 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어 국립과학수사연구원도 김씨가 사고 전 술을 마신 것으로 판단된다는 감정 결과를 내자, 김씨는 결국 사고 열흘 만인 지난 19일 음주운전 사실을 시인했다.

블랙박스 없애고, 운전자 바꿔치기 시도…증거 부족에 경찰 수사 난항 우려도
가수 김호중이 탑승한 차량이 21일 오후 서울 강남경찰서 지하주차장을 통해 출석하고 있다. [연합]

다만 김씨 시인과 별개로 경찰이 혈중알코올농도 조사를 직접 하지는 못한 만큼, 음주운전 혐의가 적용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신 진술 등으로 확보한 음주량과 체중 등으로 사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를 유추하는 ‘위드마크(Widmark)’ 공식을 적용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 역시 법원에서 증거로 받아들여질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실제 관련 판례들에서도 김씨처럼 사고 후 장기간 행적을 감췄을 경우엔 법원이 위드마크를 증거로 받아들이지 않은 경우가 다수 있다.

김씨가 잠적한 사이 소속사에선 조직적으로 증거를 감췄다. 김씨가 사고를 낸 직후 김씨 매니저는 경찰서를 찾아 본인이 운전을 했다고 허위 자수했다. 이는 음주운전 사건에서 술을 마시지 않은 동행인이 사고를 냈다고 허위 진술해 형량을 낮추기 위해 흔히 쓰이는 ‘운전자 바꿔치기’ 수법이다. 이후 김씨 소속사 이 대표는 이를 자신이 지시했다고 시인했다.

범행 시인 후로도 불성실 조사…6시간 ‘귀가 거부’ 해프닝
‘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는 트로트 가수 김호중이 21일 오후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조사를 마친 뒤 귀가하고 있다. [연합]

김씨 음주 정황을 입증할 블랙박스도 소속사가 인멸한 상태다. 김씨는 사고 당일 차량 3대를 탔으나, 이 차량들의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는 모두 사라졌다. 이와 관련 김씨 소속사 본부장 전모씨는 경찰 조사에서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삼켰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범행 시인 이후로도 김씨가 취해온 대응 역시 여론을 지속적으로 악화시켰다는 지적을 받는다. 김씨는 범행을 시인하면서 경찰 사정으로 조사 일정이 연기됐다고 밝혔지만, 이와 관련 경찰은 애초 출석 일정 자체를 조율한 적이 없다며 즉시 반박했다. 지난 21일 이뤄진 경찰 조사에선 김씨가 “취재진 앞에 서고 싶지 않다”며 6시간가량 귀가를 거부하기도 했다.

한편 경찰은 서울중앙지검에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검찰은 영장을 검토해 김씨와 측근 등 모두 3명에 대한 영장을 법원에 청구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은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심사하게 된다. 김씨에 대한 영장이 발부될 경우 이번 주말로 예정돼 있는 김씨의 행사 공연 역시 일정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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