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통령 추락 사망한 ‘벨-212’ 사망사고 비율 높아 [신대원의 軍플릭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탑승했다 추락해 사망까지 이르게 된 헬기는 미국의 벨 헬리콥터(현재 벨 텍스트론)의 벨-212로 확인됐다. 이란과 아제르바이잔 국경 근처에서 라이시 대통령 등이 탑승한 헬기가 이륙하는 모습. 태운 헬리콥터가 이륙합니다. 라이시가 탑승한 헬리콥터는 나중에 추락했습니다. [REUTERS]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탑승했다 추락해 사망까지 이르게 된 헬기는 미국의 벨 헬리콥터(현재 벨 텍스트론)의 벨-212이다.

이란 국영통신 IRNA 통신은 라이시 대통령이 사고 당시 벨-212 헬기를 타고 있었다고 밝혔다.

다목적 헬기 UH-1N의 민수용 파생 버전이며 세계적으로 VIP 수송, 의료, 경찰용 등으로 다수가 판매된 ‘베스트셀러 헬기’ 중 하나로 군용인 UH-1N까지 포함할 경우 1000대 이상 생산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쌍발 엔진의 중형 헬기로 조종사 1명과 승객 14명 등 총 15명까지 탑승 가능하다.

길이 17.43m, 높이 3.83m, 로터 직경 16.64m로 최대 이륙중량은 5t가량이다.

1960년대 후반 초도비행에 나섰으며 현재 전 세계에서 443대가 운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항공 분석 전문업체 시리움에 따르면 이란이 보유한 벨-212는 15대로 평균 기령은 35년이다.

개발된 지 오래되다 보니 사고 발생 시 사망률도 높은 편이다.

미국 항공안전재단(FSF)에 따르면 1972년 이후 벨-212 사고는 약 430건에 달하는데 이 가운데 163건이 사망 사고로 이어졌다.

더욱이 이란의 벨-212의 경우 제대로 된 유지·보수·정비(MRO)를 받지 못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란은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수십년간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는 바람에 부품 조달 등에 있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이란은 암시장을 통해 부품을 조달하거나 임시로 수리해 운용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도 해당 헬기의 사고 원인으로 ‘기술적 고장’(technical failure)을 꼽았다.

이와 관련 IRNA 통신은 20일 “라이시 대통령은 일요일 호다 아파린 댐에서 타브리즈 정유공장으로 돌아오던 중 기술적 고장으로 발생한 헬기 추락 사고로 순교했다”고 보도했다.

라이시 대통령이 탑승한 헬기와 함께 이동하던 다른 2대의 헬기는 별 탈 없이 비행했다는 점도 해당 벨-212의 결함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특히 이번에 추락한 벨-212는 1974년 이후 이란이 도입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보다 앞서 미국 등지에서 운용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탑승했다 추락해 사망까지 이르게 된 헬기는 미국의 벨 헬리콥터(현재 벨 텍스트론)의 벨-212로 확인됐다. 이란 국영TV IRINN이 공개한 라이시 대통령의 헬기 탑승 모습. [AFP / HO / IRINN]

반미를 내세운 이란 대통령이 노후화된 미국산 헬기로 이동 중 사망하면서 이란과 미국 간 갈등도 증폭되는 양상이다.

우선 이란은 국제사회의 제재를 주도한 미국에 라이시 대통령의 헬기 추락 사고 책임을 돌리는 모습이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전 이란 외무장관은 “애통한 이번 사고의 원인 중 하나는 미국이다”며 “미국은 항공업계가 이란에 판매하는 것을 제재해 대통령과 그 일행들의 순교를 초래했다”고 비난했다.

자리프 전 장관은 이어 “미국의 범죄는 이란 국민의 마음과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전적으로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 역시 “악천후로 묘사되는 상황에서 45년 된 헬기를 띄우기로 한 결정의 책임은 이란 정부에 있다”며 “다른 어떤 행위자도 아니다”고 반박했다.

항공기 추락 사고가 발생할 경우 해당국가와 함께 생산업체가 조사에 참여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벨 텍스트론이 양국관계를 고려할 때 조사에 참여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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