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대학교에 다니는 학생 10명 중 8명은 ‘의료공백’으로 경영난을 겪은 대형병원들이 올해 상반기 신규 간호사 채용을 중단한 것을 매우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집계 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6월 18일 오전 서울 동작구 보라매병원에서 간호사가 보호자와 대화하고 있는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간호대학교에 다니는 학생 10명 중 8명은 ‘의료공백’으로 경영난을 겪은 대형병원들이 올해 상반기 신규 간호사 채용을 중단한 것을 매우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집계 결과가 나왔다. 또 간호대 학생의 약 40%는 신규 채용 지연에 졸업을 유예하거나 졸업유예를 고민하는 것으로도 파악됐다.
대한간호대학학생협회는 6월 26∼30일 전국 197개 간호대학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간호계의 위축된 취업시장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1일 발표했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대학병원의 신규 간호사 채용 지연 문제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1801명)의 95.4%였다. 이 중 81.1%는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18.6%는 ‘심각하다’고 밝혔다.
‘지속적인 신규 간호사 채용 인원 감소’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98.4%가 ‘인지하고 있다’고 답했고, ‘매우 심각하다’ 77.0%, ‘심각하다’ 21.6%였다.
신규 간호사 채용 지연으로 인해 겪는 문제로는 ‘어학점수·면접준비 등 취업 준비 난항’이 82.5%(복수응답)로 가장 많았다. ‘학사 학위취득 유예(졸업 유예)’ 39.4%, ‘간호 국가고시 준비에 영향’ 37.7%, ‘전공수업 이수 계획 변동’ 18.9%가 뒤를 이었다.
신규 간호사 채용 지연의 원인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72.0%가 ‘대한민국 간호계의 법제 및 제도적 결함’을 꼽았다. 이들은 ‘간호법 부재’(84.6%·복수응답), ‘간호대학의 지속적인 인원 증원’(68.2%), ‘예비 간호사 적체’(60.4%) 등을 지적했다. ‘대학병원의 경영난’을 신규 채용 지연의 원인으로 본 응답자는 전체의 18.5%였다.
간호대 학생의 74.6%(복수응답)는 신규 간호사 채용 지연 문제를 해결하려면 ‘의료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간호대학 추가 증원 중단’(63.1%), ‘의료 필수인력 적재적소 배치를 위한 방안 모색’(51%) 등의 답변도 나왔다.
대한간호대학학생협회는 “신규 간호사 채용이 지연 혹은 취소되면서 4학년은 졸업 유예까지 고민하는 등 간호대 학생들이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올해 2월 시작된 전공의들의 병원 이탈로 대형병원들이 경영난을 겪으면서 상반기에 상급종합병원 중 신규 간호사 채용을 진행한 곳은 중앙대병원뿐이다.
협회는 “열악한 간호사 근무 환경으로 인한 쏠림 현상과 지역 병원의 간호사 처우 문제, 예비 간호사 적체로 인한 채용 문제의 지속, 무리한 간호대 증원 등 여러 제도적 문제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