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르당 바르델라 국민연합(RN) 대표 [로이터] |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프랑스 총선 1차 투표 결과 극우 국민연합(RN)이 지지율 33%로 승리하면서 프랑스 사상 처음으로 극우정당이 다수당에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RN이 2차 선거에서도 이겨 최대 의석을 확보하면 1995년생 조르당 바르델라 RN 대표가 차기 총리 자리에 오르게 된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RN에 총리를 내주고 권력을 나누는 ‘동거 정부’를 꾸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RN에 이어 좌파 연합 신민중전선(NFP)은 28%를 차지했고. 마크롱 대통령의 르네상스를 중심으로 한 범여권 앙상블은 20%에 그치며 참패했다.
대통령제와 의원 내각제를 혼합한 프랑스 정치 시스템에서는 의회 다수당이 정부 운영권을 쥔 총리를 배출하는 것이 관례다. RN이 2차 선거에서 승리를 확정 지으면 바르델라 RN 대표가 총리직에 오르게 된다. 이럴 경우 현재 최연소 총리인 가브리엘 아탈 총리(34세)의 기록도 깨진다.
이번 RN의 성공 배경이자 현재 당의 얼굴이 된 29세의 바르델라 대표는 호감형 외모와 많은 유권자들이 동질감을 느낄만한 평범한 이력을 갖고 있다. 바르델라 대표는 이탈리아 이민자 가정 출신으로 파리 근교의 노동계급 사회에서 자랐다. 대학 졸업장도 없다.
그는 활발한 소셜미디어(SNS) 활동으로 젊은 유권자들의 표를 얻는 데 엄청난 도움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틱톡 팔로워만 170만명이 넘는다.
정치학자 실뱅 크레퐁은 최근 웨스트 프랑스와 인터뷰에서 “바르델라는 젊고 외모도 멋있다. 사회학적 관점에서 보면 그의 프로필은 유권자들과 유사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휘발유 및 필수 가정용품에 대한 부가세를 20%에서 5.5%로 인하하고 30대 미만 소득세 폐지 등을 공약한 바르델라는 반대파들에게 경제 정책이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가브리엘 아탈 총리가 30일(현지시간) 프랑스 조기 총선 1차 투표 결과 발표 후 연설을 하고 있다. [AFP] |
지난 1월 신임 총리로 임명돼 몇 개월 만에 총리 자리를 내줄 위기에 처한 가브리엘 아탈 총리는 극우 정당의 약진에 우려를 표하며 “2차 투표에서 절대다수를 차지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17세에 사회당에 입당한 아탈은 코로나19 당시 정부 대변인으로 임명된 뒤 프랑스 정치권에서 이름을 날렸다.
지난해 교육부 장관 시절 이슬람 의상인 ‘아바야(긴 드레스)’의 교내 착용을 금지했고 일부 공립학교를 중심으로 교복 착용도 실시하면서 보수 유권자들 사이에서도 인기를 얻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정책 추진 과정에서 여론의 지지율이 30%대로 추락하자 국정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총리 교체 등 개각을 단행했었다.
장뤼크 멜랑숑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대표 [EPA] |
NFP에 속한 극좌 정당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의 장뤼크 멜랑숑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이번 선거가 대통령에게 명확한 패배를 안겼다”며 2차 투표에서 RN에 맞설 유일한 대안은 NFP라며 표 결집을 촉구했다.
2012년, 2017년, 2022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멜랑숑은 거침없는 조세정책과 재정지출 정책, 가자 지구에 대한 외교정책을 내세워 프랑스 정치권에서 가장 논쟁적인 인물 중 하나로 꼽힌다. 그는 마크롱 대통령이 승리한 2022년 대선 당시 극우 정당 국민연합의 대표인 마린 르펜 의원 다음으로 3위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