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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9일(현지시간)부터 사흘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정상회의를 열고 우크라이나 지원과 중국의 안보 도전 등을 논의한다.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전쟁 3년차에 접어든 우크라이나에 대한 ‘장기 지원 패키지’ 마련이 핵심 의제로 다뤄질 예정이다.
특히 연간 400억유로(430억달러·한화 60조원) 규모의 군사지원금 지출에 관한 정상급 합의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400억유로를 ‘지원 최소 기준선’으로 정해 회원국별 국내총생산(GDP)에 따라 군사 지원을 분담하자고 제안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나토 회원국의 연간 군사 지원 지출 규모가 400억유로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해 정한 액수다.
미국 등 각국의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보장하기 위한 일종의 ‘안전장치’이기도 하다.
법적 구속력이 없는 정치적 약속이긴 하지만 합의가 이뤄지려면 헝가리를 제외한 31개국 전원의 동의가 필요하다.
친러 성향 헝가리는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에 반대해 이 계획에서 빠지는 대신 나토의 의사결정 과정에도 훼방을 놓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번 회의 기간 장관급에서 사전 합의한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과 훈련 조정 임무 출범도 공식화된다.
나토가 각국의 우크라이나 군사지원 계획을 조율하고 나토 회원국에서 이뤄지는 우크라이나군 훈련 감독 등을 직접 맡는 형태다.
우크라이나가 바라는 나토 회원국 가입에 관한 진전된 약속은 나오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 독일 등 주요국은 전쟁이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나토 가입에 관한 단정적인 표현을 공동선언문에 명시하는 데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토는 이번 정상회의가 창설 75주년(1949년 4월 4일)을 맞아 열린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동맹 결속’을 부각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의 복귀 가능성이 제기되고, 주요 회원국인 프랑스는 조기 총선으로 정치적 불안정성이 고조되는 등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회의 자체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에 이목이 더 쏠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말 대선 TV 토론 이후 인지력 논란으로 사퇴 압박이 고조되고 있다.
나토 유럽 회원국들 입장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저지해야 할 바이든 대통령의 불안한 입지는 걱정거리다.
이번 정상회의에는 3년 연속 나토의 인도·태평양 4개국 파트너(IP4)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도 초대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11일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IP4 정상회의 일정을 진행한 뒤 본회의인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또한 나토와 미국·유럽의 5개 싱크탱크가 공동주최하는 나토 퍼블릭포럼에 참석, 인도·태평양 세션의 단독 연사로 연설한다.
IP4 정상회의에서는 중국의 안보도전에 맞선 연대 강화 방안이 논의되는 한편 북러 군사협력에 대한 강력한 비판 메시지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앞서 로이터통신과 서면 인터뷰에서 “북한은 명백히 국제사회의 민폐로, 러시아는 결국 자신에게 남북한 중 어느 쪽이 더 중요하고 필요한 존재인지 잘 판단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중국은 이번 정상회의 시작 전부터 강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러시아 타스통신, 리아노보스티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전날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우리는 이 접근 방식에 반대한다. 우리는 이 접근 방식에 완전히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8일 정례 브리핑에서 “나토는 냉전의 산물이자 세계 최대의 군사 연맹(동맹)”이라며 “한편으론 자신이 지역성·방어성 조직이라고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끊임없이 경계를 넘고 권한을 확장하며 방어 구역을 넘어 대결을 조장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