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 감추는 초등학교…인구 감소에 초등·고등 신설도 ‘역전’[저출산 0.7의 경고, 함께돌봄2024]

초등학교 예비소집에 아버지와 손을 잡고 들어가는 초등학생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저출생이 이어지는 가운데 초등학교보다 고등학교 신설이 많아지는 ‘역전’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파악됐다. 초등학생을 중심으로 매년 학령인구가 급감하는 가운데 신도시를 중심으로 한 신설 수요 역시 자연스럽게 고등학교 쪽으로 옮겨간 것으로 해석된다.

9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5년(2020년~2024년 상반기)까지 교육부에 의뢰된 초·중·고등학교(특목고·특수학교 제외)신설 사업은 총 342건으로, 이중 206건(60.2%)이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했다. 교육부는 지방교육재정이 300억원 이상 드는 교육청의 학교 신설 등 사업에 대해 중앙투자심사를 진행한다. 연도별로 보면 ▷2020년 26건 ▷2021년 44건 ▷2022년 72건 ▷2023년 46건 ▷2024년 상반기 18건이다.

전국적으로 학령인구가 줄며 폐교도 속출하고 있지만 한편으론 오히려 학교 신설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농어촌 지역 인구가 급감하는 것과 별개로, 신도시나 재개발이 이뤄져 인구가 몰리는 도심에는 학교 신설 요구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2021년에는 교육부가 과밀학급 해소를 추진하면서 이듬해에 분교 형태의 학교 설립이 늘었다.

다만 학교급별 신설 건수를 들여다보면 학령인구 감소 여파가 여전히 드러난다. 초등학교 신설은 ▷2020년 15건 ▷2021년 20건 ▷2022년 37건 ▷2023년 15건으로 제자리다. 반면 고등학교 신설은 ▷2020년 3건 ▷2021년 5건 ▷2022년 6건 ▷2023년 18건으로 매년 늘었다. 2020년까지만 해도 초등학교 신설이 고등학교보다 5배 많았지만, 4년 사이 뒤집힌 것이다.

이는 초등학생 학령인구가 급감하면서 자연스럽게 학교 신설 수요도 줄어든 영향이다. 올해 초등학교 입학 대상 아동은 36만9441명으로, 사상 처음 40만명대를 밑돌았다. 이같은 추세는 초등학생을 중심으로 앞으로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KEDI)은 올해 1월 발표한 자료에서 2029년까지 5년간 초·중·고 학생이 85만6197명 줄고, 이중 초등학생 감소가 차지하는 비율이 87%(75만1443명)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학생 수급 계획 등을 따져야 하는 교육부 입장에서도 특히 초등학교는 학교 설립 심사를 엄격하게 진행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예컨대 신도시 등에 학교 설립 수요가 있더라도, 소규모 학교가 아닐 경우에 학생 배치 계획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 신설 허가를 받을 수 없다. 교육부 관계자는 “신도시 학교 설립 문턱이 높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해 규제를 완화하긴 했지만, 학령 인구 상황을 고려해 엄격하게 심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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