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20년 넘게 협회 회장사 맡아 300억 지원
올림픽 경기장, 선수촌에 옮겨와 실전대비 지원
별도 전담팀, 의무 트레이너 파견
2024파리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 결승이 3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렸다. 마지막 주자로 나선 오상욱이 승리를 확정지은 후 구본길과 포옹하고 있다. [파리=이상섭 기자] |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양궁 뒤에 현대차그룹이 있다면, 펜싱 뒤엔 SK텔레콤이 있다. 펜싱 남자 사브르 대표팀이 올림픽 3연패 금자탑을 세운 배경엔 SK그룹의 전폭지원 지원이 녹아있다.
한국 펜싱은 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그랑팔레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오상욱(대전광역시청), 구본길(국민체육진흥공단), 박상원(대전광역시청), 도경동(국군체육부대)이 금메달을 합작했다. 오상욱은 개인전 금메달에 이어 대회 두 번째 금메달까지 가져왔다.
유럽을 비롯한 서구의 종목이나 다름없던 펜싱에서 한국이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건, 대한펜싱협회의 꾸준한 지원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대한펜싱협회는 2003년부터 SK텔레콤이 회장사를 맡아왔다. 협회를 통한 펜싱 종목 누적 지원 금액만 약 300억원에 이른다.
SK텔레콤은 단순한 금전적 후원을 넘어 선수들의 기량 향상을 위해 애섰다. 한 해 1∼2개의 국제그랑프리대회를 직접 개최해 선수들이 안방에서 세계 수준의 실전 경험을 쌓도록 돕고 있다.
특히 이번 파리올림픽을 위해선 진천선수촌에 올림픽 경기장과 같은 규격의 피스트(경기대)를 만들고, 관중 함성과 경기장 조명 등 동일한 조건 아래 훈련하도록 도왔다. 여기엔 5000여만이 투입됐다. 덕분에 선수들은 경기 시간과 실제 진행 순서 등을 맞춘 것은 물론 소음, 오심에 대비한 실전 훈련을 마쳤다.
이는 현대차그룹이 양궁 대표팀의 훈련을 돕기 위해 선수촌에 파리올림픽 앵발리드 경기장과 똑같은 시설을 건설해 실전에 대비하게 한 것과 유사하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SK텔레콤은 파리 현지에 훈련 파트너 선수단 7명 등 별도 전담팀과 의무 트레이너를 파견하고, 전력분석관을 증원하는 등 지원했다. 또 파리 샹젤리제 인근 한식당에서 매일 점심 도시락을 배달해 선수들이 한식을 먹을 수 있게 했다.
현재 펜싱협회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 형이기도 한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이 맡고 있다. 최 회장은 2018년 3월부터 6년 넘게 펜싱협회를 이끌어왔다. 최 회장도 파리 올림픽 펜싱 경기 내내 현장을 방문해 선수들을 격려하는 등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협회 관계자는 “선수들에게 필요한 모든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지원을 하려 애썼다”며 “체계적이면서도 전문화된 지원·운영을 위해 모든 것을 업그레이드했다”고 설명했다.
펜싱협회는 메달리스트에게 포상금도 두둑이 챙겨줄 계획이다. 아직 정확한 액수는 정해지지 않았다. 전례를 보면, 도쿄 올림픽 때 금메달을 획득한 남자 사브르 대표팀에 2억5천만원이 지급됐다. 개인전에서 입상(남자 사브르 동메달)한 김정환에겐 4000만원을 추가로 지급한 적 있다.
한국 펜싱이 올림픽에서 2개의 금메달을 따낸 건 2012년 런던(금2·은1·동3) 이후 12년 만이다.
그 사이 한국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서 금메달과 동메달을 하나씩 수확했고, 2020 도쿄 대회에선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 동메달 3개를 가져오며 올림픽 펜싱에서 선전을 이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