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아도 소용없다”…러시아에 수십억 달러·유로 유입

달러화와 유로화 지폐.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제재로 제공이 금지된 달러와 유로화 지폐 23억달러(약 3조1550억원) 상당이 제3국을 통해 러시아에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경제 제재에 따라 러시아와 거래가 금지된 미국 달러와 유로화 지폐 23억달러(약 3조1550억원) 가량이 제3국을 통해 러시아에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통신은 12일(현지시간) 각국 세관 자료 등을 인용해 미국과 유럽연합(EU)이 2022년 3월 미국 달러와 유로화 지폐의 러시아 거래를 금지했지만 이 같은 규모의 지폐가 흘러 들어갔다고 전했다.

현금의 상당 부분은 러시아와 거래를 제한하지 않은 아랍에미리트(UAE)와 튀르키예 등에서 출발했으며, 절반 이상이 어느 국가인지 출처나 기록이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광범위한 제재로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 대한 접근이 차단되면서 달러와 유로를 ‘독성’ 통화로 분류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개인의 외환 인출도 제한하고 있다.

그럼에도 외화 유입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최대 반입자는 공항과 기내에서 면세 쇼핑서비스를 하는 아에로 트레이드로 같은 기간 15억달러 정도를 신고했다.

아에로 트레이드의 신고 건수는 73건으로 건당 2000만달러 또는 2000만유로에 이르렀다. 모두 모스크바 도모데도보 공항에서 통관됐다. 신고서에서 환전이나 기내 거래에 의한 수입으로 기재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유입된 22억7000만달러 상당 지폐 가운데 4분의 1 이상은 은행이 반입했고 대부분 귀금속 대금이었다고 한다.

러시아 은행 여러 곳은 2022년 3월~2023년 12월 해외에서 5억8000만달러 상당의 현금을 받고 거의 동액에 해당하는 귀금속을 수출했다. 대부분의 경우 귀금속은 현금을 치른 기업에 넘겨졌다.

이밖에 국영 방산업체 로스텍 산하 기업도 현금을 반입했다. 로스텍은 2014년부터 미국의 제재를 받았다.

세관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인 2021년 11월부터 2022년 2월까지 189억달러 상당의 달러와 유로 지폐가 들어갔다. 이전 4개월은 1700만달러에 불과했다.

뷰캐넌잉거솔앤루니의 국제 무역 전문가 댄 피카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 일부 러시아인들이 제재 가능성에 대비하려 했음을 시사한다”며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경제적 결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집단적 행동의 중요성을 배우는 동안, 러시아는 이 방법을 회피하고 완화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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