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태 침묵했으면서”…印대통령 ‘수련의 성폭행 피살’ 언급에 지역정당 ‘발끈’

드로우파디 무르무 인도 대통령. [로이터]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인도 대통령이 최근 동부 웨스트벵골주에서 발생한 수련의 성폭행 피살 사건과 관련해 공식 언급하자 연방의회 야당으로 웨스트벵골주에서 집권 중인 지역정당이 발끈했다. 다른 주에서 발생한 유사 사건에는 침묵하다가 왜 이번 사건에만 목소리를 내느냐는 지적이다.

29일(현지시간) 현지 매체와 AFP통신에 따르면 드로우파디 무르무 대통령은 전날 한 현지 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웨스트벵골주 주도 콜카타의 한 국립병원에서 지난 9일 여성 수련의가 성폭행당한 뒤 살해된 사건에 대해 언급했다.

무르무 대통령은 “콜카타에서 일어난 끔찍한 사건으로 온 나라가 충격에 빠졌다”면서 “이 소식을 듣고 경악스러웠고 두려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학생과 의사, 시민들이 콜카타에서 항의하는데도 범인들이 잡히지 않고 있다”면서 “문명화된 사회는 딸과 자매들이 그러한 잔혹 행위를 당하도록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무르무 대통령이 이번 사건 발생 후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의원내각제를 채택한 인도에서는 연방정부 총리가 실권을 쥐고 있고 대통령은 국가원수로서 상징적 역할을 맡지만 중요 사안과 관련한 발언 자체는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대통령 발언에 웨스트벵골주 집권당인 트리나물콩그레스(TMC) 측은 반발했다.

쿠날 고시 TMC 대변인은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당신은 오디샤주, 마하라슈트라주, 우타라칸드주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보지 않았느냐”며 다른 주 사건에는 침묵을 지키다가 왜 콜카타 사건에만 목소리를 내느냐고 따졌다.

사건 발생 후 인도 전역에서는 의사 등이 항의 시위와 파업을 벌였다.

특히 콜카타에서는 전날에도 시위대가 사건 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TMC 총재 겸 주총리인 마마타 바네르지의 사퇴를 요구했다. 시위에는 웨스트벵골주 야당이자 연방의회 집권당인 인도국민당(BJP) 당원들이 가세하면서 BJP와 TMC 간 충돌로 비화하는 양상을 띠기 시작했다.

한편, 주 경찰이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는다는 여론이 일자 중앙수사국(CBI)이 사건을 넘겨받아 유가족이 제기하는 집단 성폭행 가능성 등을 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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