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지난달 1일 검찰의 자택 압수수색 협조를 위해 자택 문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위메프가 큐익스프레스에 대여금과 재고자산 등 약 70억원에 대한 상환을 요청했지만, 사실상 거절당했다. 큐익스프레스는 “큐텐그룹의 채권과 채무를 상계하겠다”는 입장을 위메프에 전달했다.
4일 헤럴드경제의 취재를 종합하면 위메프는 최근 큐익스프레스에 대여금 20억원, 이에 대한 이자 1억원, 사무실 임대료 3억원, 50억원 상당의 재고자산 등 73억원에 대한 상환을 요청했다. 대여금 20억원 중 15억원은 지난 7월 24일, 5억원은 8월 24일에 만기가 끝났다.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큐익스프레스에서 직매입 사업(큐트레이딩 사업)을 위해 7월 1일자로 자금과 재고자산을 넘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큐익스프레스는 위메프의 상환요청에 “현재 큐익스프레스의 재무팀에서는 큐익스프레스와 큐텐 그룹의 모든 채권 및 채무를 통합적으로 확인하고 있다”며 “확인된 제반 채권과 제반 채무를 상계해 순채권액(또는 순채무액)을 산정하는 과정”이라고 답신했다. 또 “최종적으로 산정된 큐익스프레스와 큐텐그룹 간 순채권액이나 순채무액을 수령 또는 지급하는 방식으로 관련 채권 및 채무 전체를 해결하겠다”고 통보했다.
위메프는 큐익스프레스에 10억원 상당의 채권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포함하면 위메프가 큐익스프레스에게 받을 돈은 60억원 규모다.
문제는 큐익스프레스가 언급한 ‘제반 채권 채무에 대한 해결’ 대상이 위메프가 아닌 ‘큐텐그룹’ 전체라는 점이다. 이에 대해 위메프 관계자는 “구영배 회장의 지시에 따라 모든 계열사가 사실상 큐익스프레스 상장을 위해 노력해 왔다”며 “상황이 이렇게 되니 큐익스프레스가 아닌 큐텐에서 받으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큐익스프레스 상장을 위해 지난 1년간 달렸는데, 큰 배신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큐익스프레스는 본지에 “큐익스프레스와 위메프의 채권에 대해서는 양사 간 이견이 있는 상황으로, 앞으로 협의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또 “큐익스프레스는 큐텐과 큐텐 관계사로부터 받아야 할 미정산 금액이 300억원 이상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큐익스프레스는 구영배 큐텐 대표가 ‘나스닥’상장을 위해 그룹 전체의 역량을 끌어모은 회사다. 하지만 큐익스프레스는 정산금 지연 사태 직후부터 티몬·위메프와 선을 그었다. 사태 직후인 지난 7월 26일 큐익스프레스는 구영배 대표를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고, 새 CEO로 마크 리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임명했다.
결국 재무투자자(FI)들이 전환사채(CB)를 주식으로 바꾸기로 하면서 큐익스프레스는 큐텐그룹에서 사실상 벗어나게 됐다. 큐익스프레스는 큐텐그룹의 대표 회사인 큐텐과 구영배 대표가 각각 지분 약 66%와 29%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FI들이 권리를 행사해 주식 전환을 하면 구 대표 측은 지분이 수%대로 희석된다.
최근에는 큐익스프레스가 배송비 결제 방식을 바꿔 모기업인 큐텐에 유입되는 현금흐름도 완전 차단했다. 기존에는 큐텐을 통해 결제하고 배송료를 정산받는 방식이지만, 지난달 13일부터 큐익스프레스 자체통화인 ‘QxMoney’를 통해 결제하게 했다.
류화현(왼쪽부터) 위메프 대표와 류광진 티몬 대표가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회생법원에서 티몬·위메프 사태 관련 2차 회생절차 협의회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