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만명 몰렸는데…네타냐후 못 움직인 이스라엘 시위

20240908050117_0
7일(현지시간) 예루살렘에서 사람들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정부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여하고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중인 가자지구 인질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예루살렘 등 이스라엘 주요 도시에서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최대규모의 시위가 벌어졌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정부를 압박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밀리면 안 된다는 여론이 만만치 않은 데다, 필라델피 회랑 철수에 부정적인 이스라엘 시민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1일 시작된 대규모 시위는 시간이 흐를수록 시위자 수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지난 1일 하마스에 끌려갔던 이스라엘 인질 6명이 사망하면서 인질 석방을 위한 즉각 휴전을 촉구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이스라엘 인질·실종자가족포럼은 미국 CNN 방송에 적어도 70만명이 시위에 나섰으며 텔아비브에서만 55만명이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현지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시위 규모가 텔아비브에서 약 30만명, 전국적으로 50만명이었다고 보도했다.

시위 인원이 줄어든 이유는 이스라엘 시민들 마음에는 인질을 구출하려는 마음과 네타냐후에 대한 불신이 둘 다 존재하기 때문이다. WSJ은 “많은 사람들이 하마스와 협상해서 결국 하마스가 군대를 재건할까 우려한다”고 전했다.

야코브 카츠 유대인 정책 연구소의 선임 연구원은 “이스라엘인들은 이 문제에 대해 진심으로 갈등하고 있다. 인질들에 대한 우리(이스라엘인)의 마음은 피가 흐른다”며 “많은 이스라엘인은 군대가 없다면 결국 하마스가 다시 부상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필라델피 회랑 철수에 대한 입장이 네타냐후 정부와 일치하는 국민이 많은 탓도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그동안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와 이집트 사이 국경 완충지대인 필라델피 회랑에서 이스라엘군을 철수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밝혀왔다.

필라델피 회랑은 이스라엘을 거치지 않고 육로로 가자 외부와 연결되는 유일한 경로로, 이집트가 통제하고 있었으나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이 통로를 이용해 무기를 밀반입하고 있다는 명분으로 지난 5월 이곳을 장악해 통제하고 있다.

지난 2일 유대인 정책 연구소가 실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이스라엘인 49%는 “인질 협상을 희생하더라도 이스라엘이 이 회랑에 대한 통제권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고, 43%는 “포기해야 한다”고 답했다.

하비브 레티그 구르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 수석 정치 분석가는 “이스라엘인들은 하마스를 파괴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를 인식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WSJ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타냐후 정부는 인기가 없다.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타냐후의 정치적 입지는 현재까지 안정적이다”고 전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