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서울행정법원 제공] |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병역기피를 이유로 유죄가 확정된 사람에 대해 어학연수 목적의 해외 출국을 불허한 병무청의 조치가 적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병역자원 확보 형평성을 고려할 때 병역기피자에 대한 해외여행을 금지하는 법이 정당하다고 봤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 고은설)는 최근 A씨가 병무청을 상대로 “해외 여행 불허 처분을 취소하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씨는 현역병 입영대상자 처분을 받았으나 군대에 가지 않아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고 형이 확정됐다. 이후 재병역판정검사 통지서를 받았으나 검사를 받지 않아 한차례 더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A씨는 1년 이상의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 받은 사람은 사회복무요원 소집대상으로 정하는 병역법 시행령에 따라 사회복무요원 소집대상이 됐다. 이후 소집대기 상태로 있다가 병무청에 어학연수를 이유로 국외여행 허가를 신청했으나 반려됐다. 병역법과 시행령이 입영·소집을 기피하고 있거나 기피한 사실이 있는 자에 대해 해외여행을 제한하기 때문이다. A씨는 병무청의 처분으로 유학을 포기해야 해 학문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병무청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원고는 병역법 위반죄로 (2차례) 형사 처벌을 받았으므로 병역법과 시행령이 정한 국외여행 불허 대상”이라며 “(국외여행을 허가하는) 불가피한 사유에 대한 주장과 입증이 없다”고 했다.
병역법은 병역기피자에 대한 국외여행을 원칙적으로 불허하되 예외 경우를 두고 있다. ▷국외에 거주하는 가족의 사망 ▷국내에서 치료가 곤란한 본인의 질병 치료 ▷입영·소집을 위한 가사의 정리 등 이유가 있을 경우 등이다. 해외 유학, 어학 연수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 처분으로 원고의 국외 거주·이전의 자유, 학문의 자유가 사실상 제한되기는 한다”면서도 “병역자원 확보 과정에서 병역의무자 사이의 형평도 중요하다. 병역의무 이행을 위한 국외 거주·이전과 학문의 자유에 대한 자유는 상대적으로 폭넓게 인정된다”고 했다. 이어 “헌법의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원고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