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간첩 활동 혐의’ 전 민주노총 간부 징역 20년 구형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북한으로부터 지령문을 받고 간첩 활동을 벌인 혐의로 기소된 전 민주노총 간부에게 검찰이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23일 수원지법 형사14부(고권홍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전 민주노총 조직쟁의국장 석모(53)씨와 전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조직실장 김모(49)씨, 전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부위원장 양모(55)씨, 전 민주노총 산하 모 연맹 조직부장 신모(52)씨 등 4명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결심 공판에서 석씨에게 이러한 실형과 자격정지 20년을 구형했다.

김씨에게는 징역 10년에 자격정지 10년, 양씨에게는 징역 7년에 자격정지 7년, 신씨에게는 징역 3년에 자격정지 3년을 각각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피고인들은 북한의 주체사상을 신봉하면서 장기간에 걸쳐 은밀하게 범행을 지속했다”며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반국가단체에 협조하거나 지원하는 범행을 저질렀는데도 오히려 대한민국 체제가 보장하는 피고인 방어권에 기대 자신의 죄상을 감추겠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들의 자발적이고 은밀한 이 같은 범행은 대한민국 전체를 위험에 몰아넣고 헌법 가치 질서를 무너뜨리는 중대 범죄”라며 “그런데도 아무런 반성을 하지 않는 피고인들에게 중형을 선고해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것이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길”이라고 했다.

피고인들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부인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석씨의 변호인은 “국정원이 외국에서 수집한 사진과 영상, CCTV 촬영물들은 외국에서 수사할 때 적법한 절차로서 국제형사사법의 공조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며 “동의나 승낙 없는 촬영 영상은 기본권 침해가 크고 영장주의를 위배한 강제수사”라고 최후 변론했다.

또 석씨는 최후진술에서 “국가보안법이라는 악법으로 정치적 반대자들을 구속하는 일이 21세기에도 국정원과 검찰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사상과 양심의 자유, 생각하는 것조차 처벌할 수 있는 초헌법적 악법인 국가보안법은 마땅히 폐지돼야 한다. 국민이 기댈 수 있는 최후의 보루인 사법부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석씨 등은 2017년부터 2022년까지 북한 지령문을 받아 노조 활동을 빙자해 간첩 활동을 하거나 중국과 캄보디아 등 해외에서 북한 공작원을 접선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5월 10일 구속기소 됐다.

검찰은 이들이 대남공작기구인 북한 문화교류국의 지도를 직접 받으며 지하조직인 ‘지사’를 결성해 민노총 중앙본부, 산별, 지역별 연맹의 주요 인물을 조직원으로 포섭하려 하는 등 노동단체를 장악해 조종하려 시도한 것으로 봤다.

검찰과 국정원, 경찰청은 이 사건에서 90건의 북한 지령문과 24건의 대북 보고문을 확보했으며, 이들이 주고받은 통신문건의 암호를 해독해 지하조직을 적발했다.

아울러 석씨는 북한으로부터 받은 암호자재(암호화 프로그램인 스테가노그래피 및 이를 실행할 수 있는 파일이 저장된 매체)인 SD카드를 소지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석씨 등은 지난해 9∼10월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아왔다. 선고는 11월 6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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